착즙기 제조기업 휴롬이 적자 전환됐다. 휴롬은 적자 진입 직전인 2016년 고배당을 실시해 김영기 회장 일가에 배당 수혜를 안긴 것으로 나타났다. <휴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과일을 갈지 않고 눌러서 착즙하는 원액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중견 가전기업 휴롬. 웰빙 바람 속에서 국내 원액기 시장을 선도해온 휴롬의 성장세가 둔화된 모습이다. 지난 2015년 매출 최고점을 찍은 직후 2년 연속 매출 하락을 경험한 끝에 적자 터널에 들어선 것. 휴롬 김영기 회장은 경영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도 자신과 가족에게 수혜 대부분이 돌아가는 배당정책을 멈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적자전환 된 '착즙기의 원조'… 이상징후 발생에도 고배당

휴롬이 적자 전환됐다. 2008년 주력상품인 원액기 1세대를 선보인 후 고속성장을 거듭한 지 10년 만이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인 929억원에 그쳤으며 212억원의 영업적자와 75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휴롬 관계자는 “수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이 사드 영향을 받아 잠시 주춤하면서 매출에 영향을 받았다”면서 “하지만 중국 시장도 점차 회복되고 있는 추세이며 올해 1분기 흑자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휴롬에 이상징후가 감지된 건 2016년 들어서다. 사드 배치에 따른 한중간 갈등이 최고조에 오른 그해 매출이 전년 대비 30% 감소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무려 각각 85%, 88%씩 줄어들었다. 2011년 관련 공시가 이뤄진 이래 최저 실적인 24억원의 영업흑자와 16억원의 순이익을 남기는 데 그쳤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도 휴롬의 배당 정책은 계속됐다. 문제는 순이익이 크게 줄면서 배당성향이 크게 치솟게 됐다는 거다. 실적 하락에 따라 배당금을 낮춰 조정했지만, 하락폭이 워낙 큰 탓에 배당성향이 증가하는 결과가 초래됐다. 2016년 10억원을 배당금으로 지출하면서 배당성향 63%의 고배당이 이뤄지게 됐다.

또 다른 문제는 배당 수혜 대부분이 오너 일가에게 돌아갔다는 점이다. 휴롬은 김영기 회장과 부인 그리고 자녀들이 지분 대부분(85.4%)을 보유한 전형적인 비상장 회사다. 즉 지분율만큼 배당금이 오너 일가에 돌아간다는 얘기다. 2011년부터 6년간 김 회장 가족 일가가 배당금으로 챙긴 돈만 174억원에 이른다.

◇ 휴롬엘에스 합병 앞두고 75억 챙긴 '착즙기의 아버지'

2016년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의 배당성향이 10~30% 수준이라 고배당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겠다. 또 휴롬 측은 “개발자인 회장님은 월급을 일체 받지 않는 대신 배당금으로 성과를 돌려받고 있다”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온 김영기 회장이 경영과 무관한 자신의 부인과 딸에게까지 배당수혜를 돌려줬다는 부분은 논란의 소지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월급을 받지 않는 김영기 회장 자신도 배당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2013년 한해에만 관계사였던 휴롬엘에스로부터 75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그해 배당성향은 54%에 달했다.

특히 미심쩍은 부분은 2012년까지 35%에 불과했던 김 회장의 지분율이 2013년 75%로 치솟음과 동시에 배당금이 전년 대비 80억원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두 가지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면서 75억원이라는 돈이 김 회장에게 돌아간 것이다. 최대주주인 김 회장에게 거액이 지출된 1년 뒤 휴롬엘에스라는 회사는 휴롬에 인수 합병돼 사라졌다.

휴롬 관계자는 “지난해 적자가 발생함에 따라 올해에는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계획이 없다”며 “일반 임직원들에게도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회사 구성원이 경영성과를 돌려받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