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열린 50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허정석 일진그룹 부회장.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 지적을 꾸준히 받아온 일진그룹이 ‘눈 가리고 아웅’ 식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문제가 됐던 내부거래 비율이 크게 감소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일감 몰아주기 행태는 늘어난 것이다. 보다 진정성 있고.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내부거래 비중 줄이려 또 다른 일감 몰아주기

그동안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 일진그룹 계열사는 일진파트너스다. 창업주 허진규 회장의 장남인 허정석 일진그룹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 중인 계열사로, 승계 과정에서 편법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허진규 회장이 자신의 일진홀딩스 지분을 일진파트너스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승계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알짜 중견그룹을 물려줬는데, 상속세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사실상 상속 비용을 대신 해결한 일진파트너스는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수익을 내왔다. 허정석 부회장이 지분 100%를 확보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매출의 100%를 일진전기에 의존했다. 이후에도 매년 70%가 넘는 내부거래 비중을 유지했고, 2016년엔 일진전기를 통한 매출액이 전체의 78.4%에 달했다. 즉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상속세를 해결한 셈이다.

주목을 끄는 것은 지난해 실적이다. 19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일진파트너스는 일진전기를 통한 매출액 비중이 43.6%로 크게 감소했다. 내부거래 비중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일진파트너스의 실적을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또 다른 이면이 드러난다.

일진파트너스의 사업은 크게 두 가지다. 물류용역과 스크랩 판매로 나뉜다. 물류용역 부문의 매출은 모두 일진전기를 통해 올리고 있다. 대형 전기설비를 운반하는 특수물류라는 게 일진그룹 측 설명이지만, 전형적인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한다.

이 같은 방식으로 지난해 일진파트너스가 일진전기로부터 올린 매출액은 8억원. 11억원이었던 2016년에 비하면 소폭 감소했다. 그런데 내부거래 비중이 절반가량 감소한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다.

일진파트너스의 또 다른 수익원인 스크랩 판매 또 다른 내부거래로 이뤄진다. 생산 과정에서 스크랩이 발생하는 일진다이아몬드로부터 스크랩을 매입해 재판매하는 구조다. 이는 소위 ‘통행세’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일진파트너스의 지난해 스크랩 판매 매출액은 2016년 3억원보다 3배 증가한 10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일진다이아몬드로부터 스크랩을 매입해 재판매하는 규모가 늘어나면서, 총 매출액도 크게 늘어났다. 덕분에 일진전기가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감소했다.

즉, 일진다이아몬드와의 내부거래가 늘어나면서 일진전기를 통한 매출액 비중은 줄어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일진파트너스의 모든 사업은 내부거래에서 출발했고, 지난해에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약간의 숫자변화만 있었을 뿐이다.

일진파트너스의 이러한 행보는 공교롭게도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에 나타났다. 새 정부가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 철퇴를 강조하고 나서자, 그동안 꾸준히 지적됐던 일진파트너스와 일진전기의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기 위해 인위적인 조정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일진그룹 측은 “일진다이아몬드와의 거래액이 증가한 것은 거래량이 늘어나서가 아닌, 스크랩 단가가 올랐기 때문”이라며 “내부거래 비중을 인위적으로 조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일진파트너스가 일진다이아몬드로부터 스크랩을 매입해 재판매하는 이유에 대해 “지주회사로서 관리감독 차원이며, 회계법인을 통해 공정거래법상 적법하다는 판단이 내려진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내부거래 지적에 대해선 “향후 내부거래 비중을 줄여나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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