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지난 17일 ‘민주당 댓글공작 사건’과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외유성 출장 의혹’을 이유로 국회 본청 앞 천막 농성에 나섰다. 한국당 의원들은 천막 안에서 당직 순번대로 돌아가며 밤샘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천막 당사 안에서 회의 중인 한국당 원내지도부.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야당이 정부여당에 항의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장외투쟁에 나서고 있지만 대부분 성과없이 복귀하는 모양새다. 야당이 천막을 치는 장외투쟁에 나선 역사는 오래됐다. 다만 장외투쟁 목적을 달성하고 국회로 돌아온 일은 거의 없다는 게 정가의 공통된 평가다.

최근 한국당은 홍준표 대표 취임 이후 장외투쟁 횟수가 잦아지고 있다. 홍 대표가 지난해 7월 취임한 이래 한국당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장외 투쟁에 나섰다. 세 차례에 걸친 장외투쟁에서 한국당은 사실상 빈손으로 복귀했다.

한국당은 지난해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안보위기를 이유로 '전술핵재배치 국민보고대회'를 전개했다. 지난 2월에는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방남 저지를 위해 통일대교 및 전진교 점거·기습 시위를 벌였고, 서울 청계광장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 김영철 방한 규탄대회'를 열었다.

여기에 지난 17일 한국당은 ‘민주당 댓글공작 사건’과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외유성 출장 의혹’을 이유로 국회 본청 앞에서 천막 농성에 들어갔다. 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7월 제출한 ‘방송법 개정안’ 통과와 ‘댓글공작 사건’ 특검 도입 등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천막 농성을 풀지 않겠다며 강경 투쟁 대오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당이 지난해 9월과 올해 2월 벌인 장외 투쟁은 사실상 성과 없이 끝났다.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 주장은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정리됐고,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만남까지 가진 뒤 북으로 돌아갔다. 한국당이 장외 투쟁 목표로 내세웠던 게 모두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지난 2013년 8월 1일,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을 비판하며 서울광장에 천막을 쳤다. 사진은 당시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시청 광장에 설치된 민주당의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천막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뉴시스>

◇ 민주당도 실패한 ‘장외투쟁’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과거 ‘장외 투쟁’에서 대부분 성과없이 복귀한 전례가 있다. 지난 2011년 11월, 이명박 정부 당시 민주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에 반발해 장외투쟁을 전개했지만 성과없이 국회로 돌아왔다.

지난 2013년 8월 1일,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도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을 비판하며 서울광장에 천막을 쳤다. 하지만 당시 ‘국정 발목 잡기’라는 비판과 함께 당 지지율이 계속 하락했고 결국 54일 만에 김한길 대표는 "조건 없이 등원하겠다”며 장외투쟁을 철회했다.

이 같은 과거 ‘장외 투쟁’ 실패 사례를 두고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 천막농성을 지켜보는 민심이 싸늘하다. 예전 차떼기 정당 시절 천막당사 역시 ‘쇼’였지만 나름대로 흥행도 있었다고는 했다. 그러나 지금의 천막농성은 명분도, 대책도 없다”라며 “(한국당이) 호기롭게 장외투쟁을 선언하고 10리도 못가 국회의사당 앞에 자리 잡은 것은 언젠가 돌아오겠다는 뜻이라 본다. 오늘이라도 천막을 걷고 국회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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