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국을 찾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무역 문제에서 특별한 합의점을 도출하지는 못했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지난 수개월동안 동아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에 이리저리 휩쓸려야 했다. 한국은 이미 FTA 재개정 협상과 철강관세 문제로 홍역을 치렀으며, 중국은 현재진행형으로 무역 분쟁을 벌이고 있다. 수출 중심의 성장구조를 갖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 시장을 볼모로 삼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무시하기 어렵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을 자신의 새 타깃으로 낙점한 듯하다. 아베 신조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돌리려 지극정성을 다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결과는 신통찮다.

◇ TPP도 관세도 합의점 못 찾아

19일(현지시각)까지 열린 미국·일본 정상회담은 일본에게 결코 만족스럽지 않았다. 두 정상은 함께 골프를 치고 치즈버거를 먹으며 우호를 과시했지만 돌아가는 비행기에 오르는 아베 총리의 손은 가벼웠다. 블룸버그는 20일(현지시각) 기사에서 “아베 신조 총리는 자국 유권자들의 관심을 스캔들에서 돌릴 만한 것들을 거의 가져가지 못했다”고 단평했다.

특히 경제 분야에 대해선 양국의 입장 차이만을 확인하는데 그쳤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예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한국과 일본은 미국이 TPP에 합류하길 바라고 있지만, 나는 이 협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TPP는 한 번 발효된 후에는 탈퇴가 어려우며, 양자합의가 더 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해당 트윗은 아베 총리가 미국에 도착해 트럼프 대통령 본인과 인사를 나눈 후 올라왔기 때문에 일본의 당혹감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 문제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지난 3월 수입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며 몇몇 국가들을 ‘면제대상’으로 분류했다. 대다수의 동맹국들, 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멕시코에 한국까지도 이 면제대상에 포함됐지만 일본만은 예외였다. “일본산 철강은 고급품이어서 대체재가 거의 없기 때문에 미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왜 일본의 철강관세를 면제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답은 항상 같았다. 양국의 무역불균형이 그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일본이 대 미국 상품무역에서 내고 있는 흑자는 분기 평균 1조6,000억엔으로 한국의 3배 수준이다.

◇ 산적한 문제들, 뚜렷한 입장차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처한 상황을 ‘방 안의 코끼리’에 비유했다. 어린 코끼리는 충분히 방 안으로 들여올 수 있지만, 다 자란 코끼리는 나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발생가능성이 커서 충분히 예상 가능하지만 간과하기도 쉬운 위험요인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당시부터 일본과의 무역불균형 문제를 지적해왔으며, 최근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과 만나기로 한 결정도 일본에 미리 알리지 않았다. 여기에 시진핑 주석 체제 하에서 경제·군사적 팽창정책을 펴고 있는 중국까지, 미국과 일본의 공통된 고민거리들은 점점 그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그 첫 번째 이슈인 무역불균형 문제에 대해선 두 국가가 아직까지 평행선을 달리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각) “일본이 수백억달러의 비행기를 주문하고 있다”며 대 일본 무역적자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을 마무리한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양자협상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TPP가 양국 모두에게 가장 좋은 선택지라는 생각에는 변화가 없다”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미국의 통상압박에 한국은 FTA협정을 재개정했으며, 중국은 맞불관세를 부과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열세에 놓여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일본이 어떤 대응방식을 선택할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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