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첼시를 상대로 선제골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는 선덜랜드 선수들. 하지만 이 경기는 첼시의 5대1 승리로 끝났고, 선덜랜드는 꼴찌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영국의 축구클럽 선덜랜드는 국내 팬들에게도 무척 익숙한 구단이다. 오랜 기간 프리미어리그에 머물렀을 뿐 아니라, 지동원과 기성용이 한때 선덜랜드 유니폼을 입고 활약했다. 차범근, 홍명보 등을 배출한 ‘축구 명문’ 고려대의 축구부 유니폼의 기원이 선덜랜드이기도 하다. 아울러 국내에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 선수들이 자주 향하는 구단이자, 유럽 내에서도 거칠기로 소문난 ‘타인 위어 더비’의 주인공(상대는 뉴캐슬)이다.

1879년에 창단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선덜랜드는 그만큼 흥미로운 일화도 많다. 그중에서도 ‘생존왕’이란 별명이 대표적이다. 거의 매시즌 강등의 위기를 마주하고도 늘 잔류에 성공하면서 이 같은 별명이 붙었다. 선덜랜드는 마지막으로 프리미어리그 잔류에 성공했던 2015-16시즌에도 37라운드에 이르러서야 생존을 확정지은 바 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선덜랜드는 잔류 마지노선인 17위와 승점 16점차 꼴찌로 프리미어리그 생존의 역사를 마감했다.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을 데려오고, 전력 보강에 적잖은 투자를 했지만 결과는 형편없었다. 2007-08시즌 이후 줄곧 생존에 성공했던 선덜랜드는 그렇게 10년 만에 2부리그인 챔피언십으로 향하게 됐다.

문제는 올 시즌이다. 선덜랜드는 프리미어리그에서 10년간 머무른 팀답지 않게 챔피언십에서도 고전했다. 무기력한 경기력과 대런 깁슨의 음주운전 등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또 다시 꼴찌에 머물게 된 것이다. 2경기를 남겨둔 현재 선덜랜드는 6승 16무 22패 승점 34점으로 24위에 처져있다. 잔류 마지노선인 21위 볼튼 원더러스와의 승점 차는 6점이다. 하지만 23위 버튼 알비온(승점 38점)과 볼튼이 남은 일정 중 맞대결을 남겨두고 있어 둘 중 한 팀은 무조건 승점 41점 이상을 확보하게 된다. 선덜랜드가 도달할 수 있는 최대승점은 40점이다.

이로써 10년간 프리미어리그에 머물렀던 선덜랜드는 2년 연속 꼴찌를 기록하며 3부리그로 직행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게 됐다.

선덜랜드가 3부리그로 내려가게 된 것은 구단 역사상 두 번째다. 1987-88시즌을 3부리그에서 보낸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엔 3부리그 강등 첫해에 우승을 차지하며 곧장 2부리그로 복귀했다.

팀 역사상 최악의 시기를 맞게 된 선덜랜드는 언제쯤 다시 프리미어리그로 돌아오게 될까. 어쩌면 너무 빨리, 너무 멀리 가버린 것은 아닐까.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