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협상이 늦어도 2020년 미국 대선 전까지 성과를 내야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2020년 전까지 완성단계에 이르러야 한다는 조언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한과의 협상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2020년까지라는 점에서다. 완성이 아니라면 적어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도의 결과물을 북한이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이를 위해서는 회담별로 반드시 이뤄야할 과제들이 있다. 먼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공동추진,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북미정상회담 전 궁극적 목표를 정해놓는다는 의미다. 사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나 종전협정과 관련된 확정적 결과물은 나오기 어렵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경제협력을 추진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길잡이 회담”이라고 말했던 이유다.

◇ 북한 전원위원회, 남북정상회담 전 일부 핵동결 조치

비록 지엽적인 수준이지만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실질적인 변화도 감지됐다. 앞서 20일 북한 노동당 전원위원회는 핵 시험장 폐쇄, 핵실험 및 ICBM 실험 중시 등의 내용이 담긴 결정서를 의결했다. 반응은 엇갈린다.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한편, ‘쇼’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전원위원회 결정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노선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대내적 예고를 한 것은 분명하다.

2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핵동결로부터 출발해 완전한 핵폐기의 길로 간다면 북한의 밝은 미래가 보장될 수 있다”며 “북한의 선행조치로 그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날 tbs라디오에 출연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쇼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틀어서 해석할 수 있는 구절이 있지만 협상을 통해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아무리 공산국가고 독재국가지만 그래도 질서가 있고 체계가 있다. ‘(북한 주민들에게) 방향이 바뀌는 걸 알고 있어라. 이번에 정상회담을 통해서 확실하게 방향을 바꾼 입장을 가지고 경제를 좋게 만들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나오겠다.’ 그런 얘기”라고 해석했다.

◇ 북미 간 ‘비핵화’ 의미 일치가 선결과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될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 <정계성 기자>

비핵화 방법론에 관한 구체적 협상 테이블은 북미정상회담이다. 사실상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이번 북미정상회담에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남북 간 어떠한 합의가 나오더라도 미국의 승인이 없다면 사실상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임종석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위원장은 “남북대화에 1의 공을 들였다면, 한미 소통과 협력에 적어도 3 이상의 공을 들였다”고 했다.

선결과제는 ‘비핵화’라는 단어의 의미를 북한과 미국이 통일시키는 일이다. 미국에서 말하는 ‘비핵화’란 미래는 물론이고 현존하는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ICBM 등을 100% 검증이 가능한 방식으로 폐기한다는 뜻에 가깝다. 반면 북한은 미국의 핵우산 제공 중단 및 주한미군 철수까지 ‘비핵화’에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간극을 좁힌 다음에야 단계별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마크 쇼트 미 백악관 의회담당 수석보좌관도 22일(현지시각) 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미 간 비핵화에 대한 해석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마크 쇼트 보좌관은 비핵화에 대해 “우리 동맹국과의 전쟁에서 사용 가능한 핵무기를 더는 보유하지 않는 완전한 비핵화를 의미한다”면서 “그 포인트(비핵화)에 도달하려면 마주 앉아서 대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북한 체제보장을 위한 북미수교가 최종단계

북미정상회담을 통한 협상이 이뤄졌다는 가정 하에, 다음 단계는 평화협정과 북미수교다. 여기에는 미국과 북한의 수도에 각각 대사관을 설치하는 것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까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보장”은 이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직 섣부른 관측이지만 평화협정이 맺어진다면 그 자리는 남북미정상회담일 가능성이 크다. 노무현 정부 때 이뤄진 10.4 선언 4항에 수록된 ‘한반도 문제와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의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한국전쟁의 공식적인 종료를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과 같은 맥락이다. 물론 중국을 포함한 4자회담이나 일본·러시아까지 확대된 6자회담도 배제할 순 없다.

비핵화 협상 완성 시기는 늦어도 2020년 미국 대선 전에 이뤄져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성공여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정권교체가 이뤄질 경우 협상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유인요소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국가전략포럼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중국식 개혁개방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해서도 미국의 대북 포용정책과 북미수교가 필요할 것”이라며 “늦어도 미국 대선 직전인 2020년 여름까지 북한이 핵무기와 ICBM을 완전히 폐기하고, 미국도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며, 국제사회는 대북 제재를 전면 해제하고, 남․북․미․중이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데 합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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