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를 운영해온 드루킹 김동원 씨는 회원들과 함께 댓글조작 사건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로그 ‘드루킹의 자료창고’ 캡처>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경공모 회원 전체를 속이고 거짓말을 했다면, 그걸 확인하는 순간 날려줘야죠.” 댓글조작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드루킹’ 김동원 씨는 올해 초 ‘경공모’ 내부 채팅방에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일본 오사카 총영사 자리에 부탁한 회원이 거절되자 앙심을 품은 것. 그는 경공모 안팎으로 자신의 지위와 영향력을 과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들은 김씨를 믿었다. 댓글조작 지시를 수행해온 이유다.

◇ “불만 있는 회원들, 인내해 달라”

사실상 경공모는 댓글조작 사건의 진앙지다. 경공모는 ‘경제적 공진화 모임’의 줄임말로, 소액주주 운동을 표방하는 온라인 카페다. 실제 카페를 개설하고 운영해온 김씨는 드루킹이라는 필명으로 주식시장 예측과 국내외 정치 평론 등의 게시글을 써왔다. 뿐만 아니다. 송하비결과 자미두수 같은 사주책을 기반으로 회원들의 사주풀이 및 예언 성격의 발언을 많이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상으로는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이면은 달랐다.

김씨는 회원 등급제로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해왔다. 상위 등급으로 갈수록 핵심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다. 등급은 모두 7단계다. 노비, 달, 열린지구, 숨은지구, 태양, 은하, 우주 순이다. 상위 4번째에 해당하는 숨은지구 등급 이상은 이른바 ‘숨은 경공모’라는 비밀 카페 활동이 가능했다. 이하는 ‘열린 경공모’ 참여만 가능했다. 하위 등급은 경공모 내부에서 김경수 의원을 ‘바둑이’라는 호칭으로 부른 사실을 알지 못했다.

댓글조작 사건에 연루된 경공모 회원들에게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필명 서유기에 이어 파로스까지 수사 선상에 올랐다. <뉴시스>

등급 유지에는 돈이 필요했다. 등급이 강등된 회원에 따르면 ‘오프라인 행사 참석 저조’와 ‘동영상 강의 참여 부족’을 이유로 숨은 경공모에서 강제 퇴출됐다. 주목할 점은 강의료 등을 내는 상위 등급자 회원 수가 500여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나머지 2,000여명은 경공모 운영에 재정적 도움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김씨의 진술을 뒤엎는다. 그는 연간 운영비 11억원을 회원들이 내는 강의료 등으로 충당해왔다고 주장했다.

최상위 회원은 30여명으로 확인됐다. 댓글조작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중에서도 3인방이 핵심 인물이다. 바로 ‘파로스’, ‘성원’, ‘타이밍’이다. 김씨는 옥중서신을 통해 “이들의 리드를 잘 따라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정치적 보복을 받고 있다”면서 “불만 있는 회원들은 (내가) 나갈 때까지 조금 참고 인내해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공모 회원 상당수는 사건 발생 이후 김경수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자 탈퇴했다.

◇ 파로스 수사… 구명·모금 활동 빨간불

핵심 회원들은 분주한 모습이다. 취재에 협조한 배신자를 색출하기 위해 현직 경찰이 신원 조회까지 하고 있다는 게 경공모 관계자의 귀띔이다. 무엇보다 김씨의 구명활동에 적극적이다. 김씨의 구명 요청을 숨은 경공모 회원들에게 전달하고 모금활동을 벌였다. 주도자는 경공모 자금 총괄 담당자이자 김씨가 옥중서신에서 언급한 파로스 김모 씨로 알려졌다. 하지만 차질이 생겼다. 파로스 김씨가 사건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환될 예정이다.

파로스에게 김씨의 구명활동을 위한 계좌를 전달한 인물은 윤모 변호사로 알려졌다. 김씨의 경찰조사 단계에서 도움을 준 변호사다. 그는 자신에 대한 청와대 행정관 인사 추천 의혹이 제기되자 사임계를 제출했다는 후문이다. 오사카 총영사 자리에 추천됐던 인물도 대형 로펌의 변호사다. 그는 “드루킹이 추천했다는 이야기를 하기에 다소 뜬금없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4월 이후 활동에 참여하지 않아 잘 모른다”며 김씨와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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