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주파수 경매안이 발표되자 업계에서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최소 입찰 가격이 과도한 수준으로 책정됐다는 이유에서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5G’ 시작 비용, 3억2,760억원. 주파수 경매에만 사용될 ‘최소한’의 비용이다. 해당 금액은 지난 1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했다. 그러나 해당 비용이 예상보다 과하다는 이유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통신3사가 주파수에 사용할 비용이 추후 소비자가 사용할 요금제에 포함되는 만큼 이 같은 금액은 소비자의 몫이라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 주파수, 최소 경쟁 비용만 3억3,000만원

지난 1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5G 주파수 경매안을 공개했다. 경매 대상 주파수는 3.5㎓(기가헤르츠) 대역과 28㎓ 대역이다. 3.5㎓에서는 3.42~3.7㎓ 대역까지 총 280㎒가 10㎒씩(28개) 매물로 나온다. 28㎓에서는 26.5~28.9㎓까지 총 2,400㎒가 100㎒씩(24개) 나온다.

과기정통부가 공급하는 주파수는 총 2,680㎒인 셈이다. 이 주파수는 경매를 통해 통신3사에 차등 할당된다. 대여기간은 올해 12월부터 △3.5㎓ 10년 △28㎓ 5년이다. 정부가 통신3사에 일정 기간 주파수를 대여해주는 방식이다.

이번 경매는 ‘클락(Clock Auction)’ 방식으로 진행된다. 조합 입찰이 가능하도록 블록을 잘게 쪼개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통신3사는 향후 소비자에 제공할 5G 통신 서비스에 차질이 없도록 원하는 주파수 대역과 위치를 미리 구성해야 한다.

과기정통부는 이 경매안으로 오는 5월 공고를 진행한다. 6월에는 주파수 경매를 마무리하며, 12월에는 6월 경매에서 통신사가 선택한 주파수를 각각 통신사에 할당하게 된다.

주파수의 최소 입찰 가격도 정해졌다. 경쟁을 위해 통신3사가 사용해야할 최소한의 비용이다. 총 3조2,760억원이다. 과기정통부는 3.5㎓에서 최소 2조6,544억원의 입찰가를 책정했으며, 28㎓에서는 6,216억원을 책정했다.

◇ 5G 주파수 놓고 ‘과하다 vs 적정 수준이다’ 대립

특히, 통신사가 주파수 경매에 투자하는 금액은 향후 5G 요금제를 설계할 때 포함되는 만큼 소비자들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20일 비싸지 않게 책정했다고 밝혔다.

경매안이 발표되자 업계에서는 불만이 터졌다. 주파수 경매에 책정된 최소 입찰가가 과도하다는 이유에서다. 통신사의 당초 예상은 빗나갔다. 대역폭은 예상보다 적게 할당됐으며, 일부 통신사가 요구한 균등할당도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가장 큰 불만은 정부가 제시한 입찰가에 대해서다. 5G 주파수 할당을 끝낸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면 과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3.5㎓ 대역에서는 1㎒당 입찰가가 94억8,000억원 수준이다. 통신업계는 이 같은 금액이 영국, 체코, 아일랜드 등에 비해 최대 338배가 비싸 자금력이 없는 통신사는 경매에 참여하기도 버거운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대여 기간 역시 영국(20년), 아일랜드(15년) 등에 비해 짧게 설정됐다는 불만이다.

핵심주파수 대역인 ‘3.5㎓’ 경쟁 과열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300㎒가 할당될 예정이었지만, 인접 주파수 대역과의 간섭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으로 280㎒만 나왔다. 예상보다 20㎒ 적은 주파수가 나온 만큼 통신사들의 경쟁은 과해질 수 있다.

결국 2011년 LTE 주파수 경매에서 발생했던 ‘승자의 저주’가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11년 당시 SK텔레콤이 1.8GHz대역의 20㎒폭을 확보하기 위해 9,950억원을 사용하며, 최소 입찰가였던 4,455억원을 크게 웃돈 것에 대한 시장의 평가다. 

문제는 이 모든 투자 비용이 5G 요금제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점이다. 통신사가 새로운 요금제를 설정할 때 원가보상률을 감안해 설비투자 비용의 일정 부분을 요금제에 포함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적정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20일 “5G 주파수 최저 입찰 가격은 비싸지 않다”며 “LTE 주파수 경매를 기준으로 산정했다.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가 언급한 경매는 2016년 경매다. 당시 LTE 주파수에 결정된 최저 입찰가는 140㎒에 총 2조6,000억원이었다. 1㎒당 185억7,000만원이다. 이번 3.5㎓에 책정된 금액은 2016년 대비 절반 수준이다. 28㎓ 역시 기존에 사용되지 않아 사업 불확실성을 고려해 최소한으로 산정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통신업계가 예를 든 해외 국가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영국의 주파수 경매 역시 최저 입찰가에서 약 40배 가까이 상승해 과기정통부가 결정한 최저 입찰가와 비슷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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