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처럼 등장했던 신인 강백호가 4월 들어 잠잠한 모습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고졸신인이 데뷔 첫해 개막전을 통해 데뷔전을 치르고, 데뷔 첫 타석에서 홈런을 터뜨렸다. 이 만화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만화 같은 이름을 가진 kt 위즈 강백호다.

엄청난 신인의 화려한 등장은 야구판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이에 화답하듯 강백호는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또 다른 괴물신인의 등장을 알렸다.

사실, 최근 야구계는 이 같은 괴물신인의 등장이 조금은 익숙한 편이다. 그 출발은 2015년. 당시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과 넥센 히어로즈 김하성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신인왕 경쟁을 펼쳤다. 결과는 타율 0.349, 143안타, 11홈런, 17도루 등의 기록을 남긴 구자욱의 승리. 하지만 유격수로서 타율 0.290, 148안타, 19홈런, 22도루로 20-20에 살짝 미치지 못한 김하성의 성적표도 만만치 않았다.

다만 이들은 ‘완전한 신인’으로 보긴 어려웠다. 2012년 입단한 구자욱은 1년간 2군에서 담금질을 한 뒤 일찌감치 상무로 입대해 2년간 활동했다. 퓨처스리그에서 3년의 숙성기를 가졌던 것이다. 김하성 역시 2014년 입단해 첫해 60경기에 출전하며 프로무대의 맛을 살짝 본 상태였다.

물론 이것이 구자욱과 김하성의 실력이나 기록을 깎아내릴 수 있는 요소는 아니다. 다만, 지난해 등장한 괴물신인 이정후를 이야기하자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정후는 데뷔 첫해인 지난해 전경기를 소화하며 많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가 프로무대에 오자마자 베테랑급 활약을 펼친 것이다. 타율 0.324, 179안타, 2홈런, 12도루를 기록한 이정후로부터 신인왕 타이틀을 빼앗아올 존재는 없었다. 특히 이정후는 고졸신인 최초의 전경기 출장을 비롯해 최다안타 등 여러 기록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강백호의 등장은 그래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이정후에 이어 2년 연속 괴물신인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강백호는 이정후와 같은 임팩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강백호는 3월 7경기에서 타율 0.370, 27타수 10안타 4홈런을 기록했다. 모든 경기에 출장해 안타를 기록했고, 쟁쟁한 거포들과 함께 홈런 1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4월 첫 경기에서 첫 무안타 경기를 기록하더니, 18경기 타율 0.231, 65타수 15안타, 1홈런으로 성적이 뚝 떨어졌다. 7경기에서 4홈런을 터뜨리던 선수가 18경기에서 1홈런에 그치고 있고, 무안타로 침묵하는 날도 조금씩 늘고 있다. 시즌 초반 만화 같은 신인과 함께 기세를 올리던 kt 위즈 역시 잠잠해진 강백호와 함께 순위가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이정후와 상반된 행보다. 이정후는 지난해 시범경기에서 맹타를 휘두른 뒤 개막전 선발로 낙점됐으나 제 실력을 보이지 못했다. 첫 타석부터 홈런을 터뜨린 강백호와 달리 개막 3연전에서 무안타로 침묵했다. 하지만 이후 알에서 깨어난 이정후는 긴장을 떨치고 제 실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이정후의 활약은 그 무엇도 막지 못했다.

이정후가 역대 최고의 신인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신인으로서 겪을 수 있는 모든 어려움을 극복했기 때문이다. 자신을 향한 관심과 기대, 또 기록에 대한 주목은 고스란히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또한 상대팀의 집중 분석 및 견제도 넘어야할 산이다. 더욱이 이정후는 ‘이종범의 아들’이란 또 다른 부담감도 안고 있었다. 하지만 경기를 대하는 자세는 그 어떤 베테랑보다 침착하고 차분했다.

강백호가 이정후의 뒤를 잇는 괴물신인으로 남기 위해선 이러한 점을 배워야한다. 강백호는 그 어떤 신인보다 화려하게 등장했고, 큰 주목을 받았다. 여태껏 받아본 적 없는 큰 관심일 것이다. 그 관심은 비단 팬과 언론에만 그치지 않는다. 상대팀과 상대선수들도 신인이라고 깔보기보단 더 긴장감을 갖게 된다.

등장만 요란했던 신인이 아닌 진정한 괴물신인으로 남기 위해, 강백호는 다시 한 번 깨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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