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김동원 씨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박근혜 정권의 몰락을 예언했다. 그러나 정권 출범 전에는 박사모 회원을 디딤돌 삼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줄을 대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블로그 ‘드루킹의 자료창고’ 캡처>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입신을 위해서는 이념 상관없이 어디에든 들러붙을 수 있는 사람이다.” 댓글조작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드루킹’ 김동원 씨에 대한 옛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 핵심 회원의 진술이다. 한때 김씨와 가깝게 지냈던 A씨다. 2009년 경공모 창립에 힘을 보탰고, 이듬해 3월께 김씨의 부탁을 받아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접근했다. 유력 대선후보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떠오르자 줄을 대려고 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자칭 열성 박사모 회원이다. 이 같은 사실은 김씨도 알고 있었다. 김씨는 A씨에게 “박근혜는 2012년 대선에서 반드시 대통령이 된다. 줄을 대놓으면 우리 쪽에 뭔가 떨어질 게 있으니 꼭 연결시켜 달라고 당부”했다. 실제 A씨는 박사모 모임에 참석해 정광용 회장에게 김씨가 작성한 15페이지 분량의 서류를 전했다. 서류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주를 풀이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하지만 김씨의 서류는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전달되지 못했다. A씨는 경향신문을 통해 “당시 서류를 받아본 정광용 회장은 사주풀이를 훌어보더니 ‘뭐 이런 것까지 들고 오느냐’며 면박을 줬다. (서류를) 바로 뒤집어서 메모장으로 썼다”고 말했다. 결국 망신만 산 셈이다. 사정을 모르는 김씨는 A씨에게 ‘서류를 잘 전달했느냐’며 수차례 확인하기도 했다. A씨는 김씨와 잦은 충돌 끝에 2011년 초 경공모를 탈퇴했다.

A씨는 김씨와의 과거 인연이 달갑지 않은 눈치다. 그는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드루킹(김씨)은 자칭 노사모라고 했는데, 성향이 다른 내게 함께 활동하자고 제안해서 의아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드루킹은 박근혜 뿐만 아니라 통합진보당 쪽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면서 “피는 진보쪽이지만 이익만 있다면 어디에든 들러붙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김씨는 2016년 6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박근혜 정권의 몰락을 예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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