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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만찬메뉴’에 담긴 김대중·노무현·정주영의 평화의지
남북정상회담 ‘만찬메뉴’에 담긴 김대중·노무현·정주영의 평화의지
  • 정계성 기자
  • 승인 2018.04.2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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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 만찬메뉴.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한우구이, 비빔밥, 부산 달고기 구이, 도미찜과 매기찜 <청와대 제공>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남북정상회담 만찬 메뉴가 24일 공개됐다. 메뉴의 주요 재료는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과 관계된 것으로 마련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기여한 인물들을 조명함으로서 평화의 메시지를 담겠다는 취지다.

24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4월27일 남북정상회담 환영만찬은, 우리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애쓰셨던 분들의 뜻을 담아 준비했다. 그분들의 고향과 일터에서 먹을거리를 가져와 정성스러운 손길을 더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 평화통일의 상징적 인물과 관계된 재료 선정

전채요리로는 남해 통영바다의 문어 냉채, 스위스식 감자전, 신안 가거도의 민어해삼편수 등이 선정됐다. 부산 달고기구이와 서산 목장의 한우부위별 구이, 도미찜과 매기찜이 이어지고 식사는 평양 옥류관 냉면과 비빔밥으로 정해졌다. 디저트로는 망고무스, 백두대간 송이꿀차와 제주 한라봉편이 준비된다.

각각의 메뉴에는 사연이 담겼다. 남해 통영바다는 윤이상 작곡가의 고향이며, 신안 가거도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이다. 서산목장은 정주영 회장이 소떼를 몰고 올라가 유명해진 곳이다. 부산은 문재인 대통령의 출생지는 아니지만 유년기를 보냈던 지역이며, 달고기가 북한해역에서는 잡히지 않는 생산이라는 점을 고려했다. 비빔밥에 들어가는 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에서 오리농법으로 지은 쌀로 만들어진다. 스위스식 감자전은 김정은 위원장이 유년 시절을 보낸 스위스 뢰스티(스위스식 감자요리)를 우리식으로 재해석한 메뉴다.

만찬 디저트와 건배주. 왼쪽부터 망고무스, 송이꿀차, 면천 두견주 <청와대 제공>

식사를 옥류관 냉면으로 정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이었다고 한다. 북한을 대표하는 음식을 우리 측이 주최하는 만찬의 주메뉴로 하는 게 의미가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북측은 옥류관 수석 요리사와 제면기를 정상회담 당일 판문점 통일각에 배치할 예정이다. 북측 통일각에서 만든 냉면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 평화의집에 배달되는 하나의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 옥류관 냉면, 군사분계선 넘어 남측에 실시간 배달

디저트로 준비되는 망고무스는 봄 꽃으로 장식하고 한반도기를 놓아 단합된 한민족을 표현하고, 백두대간 송이버섯과 제주 한라봉을 사용한 차는 남북 화합의 의미를 담았다. 다과로 준비되는 ‘스위스의 추억’은 스위스의 식재료로 만든 초코릿, 초코 마카롱과 ‘Moon’ 블랜딩 커리로 김정은 위원장의 입맛과 선호도를 예상해 구성했다고 한다.

만찬 초청인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수행원 외에 범위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인을 비롯해 평화에 기여한 인사, 문화예술인 등이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명단은) 공개하기 곤란하다”면서도 “공식수행원 몇 분만 참석하는 게 아니라 범위를 넓혀서 (진행된다)”고 밝혔다.

식구(食口)라는 한자어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식사는 공감대를 크게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소통의 자리다. 무엇보다 얼음판 위를 걷듯 남북대치 상황에서 양측 지도자들의 긴장을 완화하고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기회다. 따라서 화해 분위기 조성을 위한 메뉴선정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때와 장소에 따라 ‘식사’를 이용한 정치행보에 많은 신경을 썼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찬메뉴에 ‘360년 씨간장을 만든 소스의 한우갈비구이’ ‘독도새우 잡채를 올린 송이돌솥밥 반상’ 등이 대표적이다. 노동계 인사들과의 오찬 때는 전태일 열사가 생전에 즐긴 콩나물밥 등을 준비했었다. 또한 중국과 베트남 순방 때는 대중들과의 소통을 중시해 서민음식인 유타오와 쌀국수를 식사메뉴로 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