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음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롯데주류의 비정규직 비중이 국내 '빅3' 주류 회사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주류>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롯데주류가 국내 ‘빅3’ 주류 업체 가운데 가장 높은 비정규직 의존도를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을 최우선 국정과제 중 하나로 삼고 있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오히려 비정규직 의존도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나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 경쟁사 대비 3~6배 높은 비정규직 의존도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올라온 감사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국내 주류 빅3 가운데 비정규직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롯데주류로 조사됐다. 지난해 롯데주류에 소속된 1,938명의 직원 가운데서 기간제 근로자, 즉 비정규직의 수는 289명으로 그 비율은 14.91%를 기록했다.

더욱 주목할 만한 부분은 롯데주류의 비정규직 의존도가 심화됐다는 사실이다. 지난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전체 직원(1,521명)에서 비정규직(160명)이 차지하는 비중이 10.52%였던 롯데주류는 1년 사이 그 비중이 4.39%p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새 정부 출범을 전후로 비정규직 줄이기를 통한 노동환경 개선에 정부 부처와 기업체 등 사회 전 구성원이 뜻을 함께 한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걸어온 셈이다.

롯데주류의 높은 비정규직 의존도는 경쟁 업체와 비교했을 때 보다 분명해진다. 국내 소주 시장 1위를 고수하고 있는 하이트진로의 비정규직 비중은 2.24%에 불과하다. 지난해 2,989명의 직원 중 기간제 근로자가 차지하는 수는 67명 뿐이다. 2016년과 비교해 봐도 그 비중은 0.62%p 늘어나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맥주 시장 1위 업체인 오비맥주의 비정규직 의존도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한다. 오비맥주가 비상장사라 직원 현황이 곧바로 공시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고 봤을 때, 비정규직 비율은 넉넉잡아 6% 수준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4년부터 가장 최신 시점인 지난해 상반기 비정규직 비중이 4~6%를 오르내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주류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상위 3개 회사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비율을 유지해 오다 비정규직 의존도를 또 다시 심화시킨 롯데주류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다른 업체들과 달리 판촉인원(영업사원)을 100% 직고용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비정규직 직원들은 일정 기간 후 전원 정규직 전환해 채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공허한 메아리 된 대통령‧오너의 대국민 약속

경쟁사에서 도급제 영업사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롯데주류의 높은 비정규직 비율을 이해하기에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본지가 파악한 A업체의 경우 600~700명에 이르는 영업담당 사원 중 도급계약을 맺은 인원은 30~40명 수준이다. 해당 인원을 포함해 다시 계산해도 전체 직원에서 기간제 근로자의 비율은 10%를 넘기 힘들다는 결론이 나온다.

또한 롯데주류는 경쟁사와 마찬가지로 낮 시간을 이용해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일하는 주부사원 채용에 있어서는 도급제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1만명 정규직 전환하겠다.” 지난 2016년 10월 검찰의 강도 높은 경영 비리 수사를 받은 후 경영혁신안을 직접 들고 나온 신동빈 회장이 국민에게 한 약속이다. 이 약속은 6개월 뒤 “향후 3년간 단계적으로 비정규직 근로자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차질 없이 수행해 고용창출과 국가경제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황각규 경영혁신실장의 말을 통해 재확인됐다.

하지만 그룹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롯데주류의 고용 환경의 현주소는 신 회장의 최초 약속이 나온 지 1년 6개월이 되도록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채 되레 뒷걸음질 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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