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원그룹 오너일가 2세 형제들의 개인회사가 그룹 내부거래를 통해 쏠쏠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2세 승계 과정에서 전형적인 ‘개인회사 활용법’을 보여준 세원그룹의 내부거래 실태가 지난해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부품 업계의 알짜 중견기업으로 평가받는 세원그룹은 세원정공 등 9개 계열사에서 1조원이 훌쩍 넘는 연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최근엔 현대·기아자동차가 중국에서 어려움을 겪는 등 다소 주춤하면서, 세원그룹의 실적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6월 결산인 세원정공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원그룹 오너 2세들은 개인회사를 통해 거둔 내부거래 수익으로 상당한 현금을 확보했다.

먼저 에스엠티는 세원그룹 창업주 김문기 회장의 장남인 김도현 세원물산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다. 에스엠티의 지난해 매출액은 860억원으로 2016년 1,166억원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유상사급액을 포함한 매출액은 997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이 중 세원그룹 계열사를 통해 거둔 매출액이 950억원이다.

이를 통해 에스엠티는 지난해 27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당기순이익은 230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이 27.9%에 이르는데, 자동차 부품 제조 및 판매업치고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김문기 회장의 차남 김상현 세원정공 대표의 개인회사인 에스엔아이도 마찬가지. 에스엔아이의 지난해 매출액은 894억원으로, 1,161억원의 2016년보다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나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액은 761억원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또한 216억원의 영업이익과 13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각각 2010년과 2008년에 설립된 에스엠티, 에스엔아이는 그동안 이 같은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해왔다. 덕분에 자본금 15억원으로 시작한 에스엠티는 지난해 기준 자본이 1,848억원으로 증가했고, 10억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한 에스엔아이는 2,098억원의 자본을 보유하며 200배 이상 성장했다. 불과 10년도 걸리지 않은 일이다.

에스엠티와 에스엔아이가 내부거래를 통해 거둔 수익은 철저히 오너 2세를 위해 사용됐다. 에스엠티는 김문기 회장 부부 등 오너일가로부터 세원물산 지분을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고, 에스엔아이 역시 세원정공 지분을 대거 확보했다. 승계 과정에서 두 형제의 개인회사가 핵심적인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에스엠티와 에스엔아이는 지난해 나란히 125억원을 배당했고, 이는 모두 김도현, 김상현 대표 측으로 돌아갔다. 두 회사는 2016년 실적을 기준으로도 100억원을 배당한 바 있다. 세원그룹 오너일가 2세 형제는 최근 2년간 개인회사 배당금으로만 수백억원을 챙긴 셈이다.

이처럼 계속되는 내부거래를 통해 확보된 자금은 2세 승계 완료를 위해 쓰일 가능성이 높다. 2014년 본격화된 세원그룹의 2세 승계는 아직 두 형제간의 지분교통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에스엠티와 에스엔아이의 내부거래 행태는 지난해에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룹 차원의 부진과 함께 규모만 감소했을 뿐, 비중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세원그룹의 이러한 행보는 새 정부가 기치로 내건 경제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가야할 길이 멀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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