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로7017을 방문해 시설물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24일 박원순 현직 서울시장의 역점사업이었던 서울역 고가 보행길 '서울로 7017'을 정면 겨냥했다. 아울러 비효율, 미세먼지 노출, 세금낭비 등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전시성·낭비·선심성 예산'이라고 규정했다.

안 후보는 이날 서울로7017을 둘러본 뒤 기자들과 만나 "기왕 지어진 이 시설을 없애는 것은 여러 무리가 따라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런 부분들도 독립적인 위원회를 통해서 어떻게 하면 개선해서 잘 쓰일 수 있을지 그런 공론화 작업이 꼭 필요한 곳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럼 만약 안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서울로7017을 철거할까. 혹은 공약으로 서울로7017 철거를 내놓을까.

안 후보가 직접 '철거하겠다'고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서울로를 '바빌로니아의 공중정원'으로 비유한 것은 그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았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존에 투입된 막대한 예산과 철거에 들어갈 비용 등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지만 공론화 작업을 거친 뒤, 민의가 철거를 원한다면 이에 따르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안 후보는 "이곳에 오니 문득 바빌로니아의 공중정원이 생각난다. 7대 불가사의기도 하지만 사실은 국고를 심하게 낭비한 사례 중 하나"라며 "공중정원을 지은 이유가 왕비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아주 높은 곳에 식물들을 심고 유프라테스 강물을 높이까지 올려 막대한 비용이 들었다. 물처럼 돈을 썼다"고 말했다.

바빌로니아의 공중정원은 BC 500년경 신(新)바빌로니아의 네부카드네자르 2세가 왕비 아미티스를 위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공중에 떠 있는 것이 아니라 높은 단 위에 건설됐으며 유프라테스 강물을 펌프로 끌어올려 물을 댔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서울로7017에 소요된 비용은 700억정도로 추산된다. 연간 운용비는 43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지하철, 버스 등 곳곳에 들인 광고홍보비는 700억과 별도의 서울시 예산에서 쓰였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서울로7017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앞서 외국인 관광객이 상부 난간에 올라가 투신하고 서울시민이 보도블록 위에서 떨어지면서 안전문제, 바닥균열과 시멘트 박리 현상이 발생하는 등 부실 논란이 제기되고는 했다.

안 후보는 "서울로의 연간 운용비가 43억2,500만원이라고 하는데 지하철 연간 청소비 예산 44억과 거의 비슷하다"며 "그런데 지하철은 매일 800만 명씩, 연간 30억명 가까이 이용한다. 여기는 연 1,000만명 정도니까 얼마나 이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쓰고있는지 그 사례인가 싶다"고 지적했다. '물처럼 돈을 썼다'는 발언의 연장 선상인 셈이다.

또한 "도로 위에 있다보니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 문제가 항상 심각할 수밖에 없다. 여름에는 복사열 때문에 걷기 힘든 환경이고 식물도 제대로 잘 자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저는 이렇게 전시성, 낭비, 선심성 예산은 절대로 쓰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한편 안 후보는 최근 '드루킹 댓글조작' 사태를 놓고 야권이 특검 도입에 공조하는 것이 선거연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정치권의 관측에 대해 "선거연대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안 후보는 "대통령을 낸 집권당만이 유일한 여당이고 나머지는 다 야당인데, 야당마다 갖고 있는 생각과 문제인식이 다르다"며 "묶어서 (보수야당으로) 분류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민주주의 정신에 반(反)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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