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의 국고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달러 강세와 주식시장의 약세가 점쳐지고 있다. 사진은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 뉴욕주식거래소의 투자전문가.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3월 들어 고개를 숙였던 국고채 금리가 다시 상승기류를 탔다. 12일 2.159%였던 한국의 국고채3년물의 금리(수익률)는 24일 오후 2시 현재 2.229%를 기록했다. 10년물 금리의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동기간 2.575%에서 2.711%로 껑충 뛰었다.

◇ 물가상승에 배팅한 투자자들

한국의 국고채 금리가 빠르게 높아진 데는 기본적으로 미국 시장의 영향이 크다. 미국의 국고채10년물 수익률은 23일(현지시각) 2.976%를 기록하며 3%선 돌파를 눈앞에 뒀다. 17일 2.829%에 비해 0.147%p, 2일 2.731%에 비해선 0.245%p 높아진 수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국고채 금리가 높아진 원인으로 물가상승 전망을 뽑았다. 서부텍사스유(WTI)와 두바이유 가격이 68달러를 넘어섰으며, 알루미늄과 구리 등 국제금속시장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올해에만 기준금리를 세 차례 더 인상하는 시나리오가 힘을 받고 있는 것도 채권시장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기 시작한 이유 중 하나다.

백악관이 국고채 금리 상승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스위스 자산운용사 UBP의 쿤 차우 전략가는 “무역 마찰과 각종 제재조치들이 수입물가를 상승시켰다”는 의견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고, 피해국들이 보복에 나서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세계 주요국 물가가 더 오를 것이란 분위기가 확산됐다는 뜻이다.

◇ “주식보다 달러·채권 강세 예상”

국고채 수익률 상승으로 인해 가장 많은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들은 바로 달러 투자자들이다. 블룸버그는 24일(현지시각) 기사에서 달러가 여타 통화에 비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달러가치지수와 국고채10년물 금리가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는 최근 자료가 근거다. 실제로 18일 89.623이었던 달러 인덱스는 23일 90.946으로 높아졌다.

런던의 헤지펀드 ‘유리존 SLJ 캐피탈’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븐 젠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경제성장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며 ”달러가 실제보다 고평가됐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고채10년물 수익률이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달러의 강세를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 지지기반이 튼튼하다고 볼 수는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주식시장엔 대규모 ‘조정국면’이 예고됐다. 미국 국고채 금리가 뚜렷한 상승세를 기록하던 지난 1월, 유명 증권사 ‘스티펠니콜라스앤코’ 출신의 투자전략가 마티 미첼은 “투자자들에겐 하나의 심적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고채10년물 금리가 3%를 넘어선다면 투자시장은 이를 주요국이 양적완화정책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들어갔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뜻이다. 현재 미국 국고채 금리의 상승률은 해당 발언이 나온 1월 말과 매우 유사하다.

투자처를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수익률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국고 단기채권을 보유하는 것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줬지만, 현재 미국의 국고채2년물 금리는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S&P500지수의 평균수익률을 뛰어넘은 상태다. 이는 투자자들의 발걸음을 주식시장에서 되돌릴 동인이 될 수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