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의 자율규제안을 준수하는 업체가 예전보다 증가했지만, 사행성 논란을 막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국내 최대게임전시회 지스타.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확률형 아이템의 ‘자율규제안’ 준수 업체가 크게 증가했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강제력이 없는데다가 확률 공개만으로 ‘사행성’이란 근본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확률형 아이템에서 고등급 아이템의 등장비율을 일정 이상 고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자율규제 준수율, 지난해 11월 이후 대폭 증가

소위 ‘뽑기’ 또는 ‘랜덤박스’로 불리는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업계의 해묵은 이슈다. 유저는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한 뒤 개봉을 통해 게임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나오는 아이템의 가치가 천차만별이란 점이다. 더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 유저들이 지갑을 여는 모습은 도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논란이 발생했다.

이에 한국게임산업협회는 2015년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발표한 데 이어, 지난해 강화된 규제안을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요지는 유저들에게 ‘확률형 아이템’의 획득확률을 명확하게 공개함으로써 무분별한 결제를 막겠다는 것이다.

초기 참여율은 그리 좋지 않다. 24일 게임이용자보호센터에 따르면 작년 7월 기준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준수율은 65%에 불과했다. 하지만 8월 70.8%로 증가한데 이어, 11월 74.8%, 12월 78.3%의 준수율을 기록했다. 또 올해 들어 80% 대에 진입한 뒤, 지난달 기준 준수율은 86.2%로 집계됐다.

업계 일각에선 지난해 11월 촉발된 해외 게임사 EA의 스타워즈 배틀프론트2 논란이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낸다. 게임업계에서만 뜨거웠던 확률형 아이템의 사행성 논란이 글로벌 유명 IP인 스타워즈로 확산됐기 때문이다. 당시 벨기에에선 랜덤박스의 도박성 여부를 놓고 조사에 착수했고, 미국에선 일부 하원의원들이 EA의 ‘스타워즈’를 온라인카지노로 비유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다만 게임이용자보호센터 관계자는 “해외에서 어떤 부분이 (준수율에) 영향을 미쳤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며 “올해부터 미 준수 게임업체의 명단을 공개토록 방침을 정하다보니 업체들이 이를 의식한 것 같다”고 말했다.

◇ 확률형 아이템, 근절 힘들다면 확률 고정도 방안

일각에선 이에 대해 게임업계도 확률형 아이템의 사행성 논란을 중대한 문제로 인식하는 만큼, 자정노력을 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올해 초부터 줄줄이 출시된 넥슨 ‘듀랑고’, 게임빌 ‘로열블러드’, 펄어비스 ‘검은사막M’등은 확률형 아이템은 물론 과금요소도 최소화한 착한 게임으로 칭찬받았다. 또 넷마블게임즈는 최근 자사의 모바일 전략게임 ‘아이언쓰론’을 발표하면서, 확률형이 아닌 확정형 아이템을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확률형 게임규제 대상이 되는 게임 수는 지난해 7월 114개에서 올해 3월 123개로 증가했다. 또 다수의 유저들은 여전히 ‘확률형 아이템’으로 좋은 아이템을 얻기 힘들다고 호소 중이다. 확률공개를 ‘권고’하는 수준의 자율규제만으로 확률형 아이템의 사행성을 해소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게임 내 우연성이란 요소는 필요하다”며 “확률형 아이템의 BM(비즈니스모델)이 잘못 됐다고 보기엔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게임에서 좋은 아이템을 뽑을 가능성은 ‘로또’에 당첨될 확률과 흡사하다는 말도 나온다”며 “정도의 문제로, 사행성을 해소하기 위해선 확률에 대한 조정 등의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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