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임종석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과 함께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다. 전 세계의 관심이 모아진 것을 반영하듯, 25일 오픈한 남북정상회담 메인프레스센터(MPC)에는 외신만 34개국 348개사 858명의 기자가 등록했다.

관련 당사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도 관심표명과 함께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반도를 위한 대화가 결실을 맺어 화합과 평화를 증진시키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한 데 이어 안토니오 쿠테흐스 유엔사무총장도 성명을 통해 “남북정상이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대화 재개라는 용기 있고 중요한 과업이 성공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 남북정상회담에 쏠리는 전 세계의 이목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단결된 국제사회의 태도가 작은 희망의 빛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한 뒤 “긴장완화가 실현된다면 이는 멋진 일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대화 재개와 긴장 완화의 분위기를 환영한다”면서 “북한이 대화의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고 비핵화의 길로 들어선다면, 또 미국이 이에 응한다면 무척 유익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사국 정상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에 특정현안을 언급해줄 것을 요청하는 일도 있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다. 아베 총리는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를 제기해줄 것을 요청했고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 때 아베 총리의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흔쾌히 받아들였다. 북핵 문제에 있어 사실상 배제돼 있던 아베 총리의 면을 세워준 셈이다.

25일에는 북미정상회담 전 한미정상회담 개최도 이끌어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에 따르면, 정의용 실장은 이날 새벽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만나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협의했다. 북미정상회담 전인 5월 중순경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는 방향이 유력해 보인다.

◇ ‘협상가’ → ‘위대한 협상가’ 업그레이드

남북정상회담 메인프레스에서 생중계 준비를 위해 분주한 내외신 방송사들의 모습.

이는 남북정상회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 측의 협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측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미국 측에 전달하는 한편, 미국이 수긍할 수 있는 비핵화 방법론을 가지고 북한을 설득해야하는 중재자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사이 한미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은 북한을 향한 발언에 무게를 더하는 동시에 미국과 한 차례 긴밀한 공조가 가능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5월 초에는 한중일 정상회담이, 6월에는 한러 정상회담이 각각 예정돼 있다. 이 자리에서도 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신들의 긍정적인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미 타임지는 ‘2018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문 대통령을 선정했다.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의 추천이 있었는데, 동계올림픽을 지렛대 삼아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북미정상회담을 이끌어내는 행보를 인상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마크 리퍼트 전 대사는 ‘위대한 협상가’(a great negotiator)라고 표현했다. 타임지는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에 대해 ‘협상가’라고 평가한 바 있다.

포츈지도 ‘2018 세계 위대한 지도자 50인’ 중 4위에 문 대통령을 선정했다. 1위는 총기규제시위를 한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등학교 학생들이었고, 2위는 활발한 자선활동을 벌인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3위는 미투 운동이 각각 선정됐다. 사실상 세계 정치 지도자 가운데서는 문 대통령이 1위를 차지한 셈이다.

포츈지는 “문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이 부패로 탄핵되는 어려운 상황에서 취임했으나 최저임금 인상, 건보 확대, 재벌 영향력 문제 대응 등 더욱 공정한 경제를 만들기 위한 개혁을 신속히 실행했다”면서 “남북한 화해로 이어질 수도 있는 북-미 정상회담이 마련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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