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치러진 제23대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및 임원 선출을 위한 임시 의원총회에서 당선된 허용도 '태웅' 회장.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부산지역 유일의 종합경제단체인 부산상공회의소가 내홍에 빠졌다. 사무처장과 회장단 인선 등을 두고 내부에서 노골적인 갈등이 표출되고 있어서다. 지역 경제 발전이라는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원사의 화합을 이끌어야 할 허용도 신임 회장의 독선이 부른 결과라는 목소리가 높다.

◇ 독선 운영이 불러온 반쪽짜리 상견례

허용도 ‘태웅’ 대표를 23대 신임 회장으로 맞은 부산상의가 출발부터 불안한 모습이다. “지역경제의 구심체로서 부산상공인의 화합과 부산의 밝은 미래를 제시하는 성공 비즈니스 파트너로 늘 함께 하겠다”는 허 회장의 인사말이 무색할 만큼 반목을 거듭하고 있다.

허 신임 회장 취임 후 진통을 거듭하다 3주 만에 회장단이 꾸려지게 됐지만, 벌써부터 편을 갈라 으르렁 거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 19일 향후 3년간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 합심해야 할 상의 임원들의 첫 상견례 자리에서 무더기 불참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이날 치러진 ‘제23대 의원부 임원 간담회’에는 참석대상 53명 가운데 35명만이 모습을 드러냈다. 9명은 아예 불참했으며 9명이 대리인을 보냈다. 임원 배분 논란 등 허 회장 취임 직후 불거진 논란을 봉합하고 화합을 다지기 위해 특별히 간담회를 마련했지만, 내부 갈등이 여전하다는 사실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는 평가다.

18명의 부회장단 등이 포함된 임원 상견례 자리가 반쪽에 그친 건 허 회장의 독선이 자초한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허 회장이 화합차원에서 회장 선거에서 경쟁 상대였던 장인화 동일철강 회장에게 일부 임원진의 지명권을 주기로 약속했지만 이를 여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또 다른 경쟁 후보였던 박수관 와이씨텍 회장을 회장단에서 배제하면서 상의가 ‘친(親)허’와 ‘반(反)허’ 양쪽으로 나뉘게 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금껏 유례가 없던 회장단 구성이 3주간 지연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날 간담회에 불참하거나 대리인을 보낸 기업인 대다수는 허 회장의 이 같은 독선 운영에 대해 불만을 품은 경제인들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상의 안팎에서 허 회장의 소통 부재를 지적하는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니다. 허 회장은 상의 사무처장 자리에 내부 승진자를 앉히는 관례를 깨는 ‘파격’ 인사로 회원들의 반발을 샀다. 부산상의 퇴직 직원 이병곤 씨를 새 사무처장으로 선임한 것이다. ‘내부 개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외부 인사를 영입했지만, 이씨는 허 회장 선거 캠프에서 활동했던 인물이라 측근 기용을 위한 허울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 지역 시민단체 “소통하고 포용하는 리더십 필요”

허 회장의 상의 운영 방식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도 곱지 않다. 부산지역 시민단체들도 허 회장의 조직 운영방식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회장단 구성을 둘러싼 잡음이 한창이던 지난 9일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등 3개 단체는 공동 성명을 내고 “지난 경선과정에서 합의했던 내용마저 무시한 채 부회장 및 상임의원 인선을 마무리해 상공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지역 상공계의 반목과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포용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은 산업생산과 소비 증대 등 다양한 경제 현안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상의가 발표한 ‘2017 부산지역 경제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 지역 산업생산 지수는 전년 대비 6.1% 감소했다. 특히 지역의 강점인 조선 및 조선기자재 수주부진 지속되고 있으며 완성차 내수 부진과 자동차부품 수출 회복이 시급하다.

부산지역 경제인들이 정치 싸움에 빠진 사이 지역 경제를 되살릴 골든타임을 놓치지는 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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