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 다수가 여전히 인턴 채용과정에서 급여를 잘 알려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취업박람회에서 채용공고를 보는 사람들<뉴시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다수의 국내 기업들이 인턴을 뽑는 과정에서 임금 등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 정부가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지만, 강제력이 없어 유명무실해진 모양새다.

26일 국내 구인구직 정보사이트 등에 따르면 4월 초부터 이날까지 인턴모집을 공고한 업체들은 190여곳에 달했다. 이들은 1~2개월만 인턴을 채용하거나, 인턴과정 후 정규직 전환 등 다양한 조건을 내건 상태다.

문제는 다수의 기업들이 인턴에 지급될 임금을 정확히 밝히지 않고 ‘회사내규에 따름’이라고 표기했다는 것이다. 특히 (준)대기업집단에선 네이버·카카오게임즈·한국전력공사·롯데호텔 등이, 공공기관에선 한국직업능력개발원·교통안전공단·문화예술교육진흥원 등이 명확한 임금조건을 공개하지 않았다.

반면 인턴 급여를 제대로 명시한 곳은 CJ CGV, 엔씨소프트,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60여 곳에 불과했다.

이 같은 급여정보의 통제는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청년들에게 불확실성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는다. 자신이 받을 임금을 예상할 수 있어야 현실적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각에선 “업체들이 회사내규(취업규칙)를 근로자가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장소에 비치한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현직 근로자가 아닌 취업준비생들이 내규에 접근하는 건 쉽지 않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6년 ‘일경험 수련생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시행 중이지만, 큰 효과는 없다. 당시 가이드라인에선 ▲인턴 모집 시 근무여건 및 급여수준 등의 공개 ▲주40시간 준수 ▲연장·야간·휴일수련 원칙적 금지 등 고용주가 인턴 채용과정에서 지켜야 할 다양한 의무를 규정했다.

그러나 강제성 없는 규범에 불과해, 구인업체가 지키지 않아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국가가 운영하는 워크넷에선 예상임금을 입력하도록 하고 있지만, 민간 사이트에도 그런 방식을 강요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회를 중심으로 입법화하려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처벌조항까지 추가해 준수율을 올리겠다는 뜻이다.

다만 고용노동부 측에선 가이드라인에 단순히 강제성을 부여하는 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지급할 임금을 (공고에) 쓰지 않는 건 거짓 구인광고 때문”이라며 “추후 고용계약서를 체결할 때 공고에 적은 임금과 다르면 형사처벌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에선 1,000만원 줄 사람으로 뽑고 싶었지만, 실제 면접을 보니 900만원밖에 못주겠다는 곳도 있었다”며 “(입사지원자가 적은) 중소기업들이 이 같은 애로사항을 주로 얘기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가이드라인에 강제성 부여로 ‘기본임금 이상’을 적는 업체가 증가할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의미가 없다.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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