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조작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드루킹’ 김동원 씨는 사실상 백수로 지내며 가정불화를 겪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드루킹의 자료창고’ 화면캡처>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머리가 좋았다. 하지만 적응력이 떨어졌다. 5년여 만에 직장을 그만둔 이유였다. 이후 자리를 옮긴 조명회사는 얼마 못가 문을 닫았다. 백수가 됐다. 변변한 돈벌이 없이 집에 머물렀다. 그때부터다. ‘드루킹’이라는 필명으로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2009년과 2010년 2년 연속 네이버 파워블로거에 선정되면서 유명세를 얻었다. 댓글조작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김동원 씨의 이야기다.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을 종합하면, 드루킹으로 불린 김씨는 행복한 삶과 거리가 멀었다. 부인 최모 씨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이 있었으나 가정불화를 겪었다. 지난달 25일 구속되기 전에도 부인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는 후문이 나왔다. 그의 장모는 사위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한 언론을 통해 “생활비를 모두 딸이 벌었다”고 말했을 정도다. 김씨는 집에서 컴퓨터만 했다. 결국 부부는 올해 초부터 이혼 소송을 밟고 있다. 

◇ 명예회복 차원의 기자회견 계획 중

때문일까. 김씨는 자신을 포장하기 좋아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변론을 맡게 된 오정국 변호사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김씨가) 왜소한 외양과 달리 과시욕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김씨는 구치소에서도 위축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도리어 안색이 굉장히 좋았다. 오정국 변호사는 사건 수임 뒤 접견실에서 만난 김씨가 웃으면서 “힘든 사건 맡아줘서 미안하고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한 사실을 밝혔다. 

특이한 점은 자신의 사건 진행 상황보다 정국의 흐름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를 주목했다. 오정국 변호사는 “(김씨에게) 묻지도 않았는데, 안철수 후보가 지난 대선에서 자신 때문에 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는데 ‘열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씨는 2012년 대선에서 ‘MB아바타’ 논리를 처음 만들었고, 2017년 대선에서도 해당 표현으로 댓글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자신의 사건 진행 상황보다 정국의 흐름에 더 관심을 보였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에 해명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

김씨는 매일 아침 배달되는 신문을 꼼꼼히 읽고 있다. 좋은 뉴스가 있을 리 없었다. 그는 오정국 변호사에게 “나를 파렴치한이나 사기꾼같이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에 대해 참을 수가 없다”면서 “명예회복을 위해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나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김씨는 현 정권이 출범하자 자신의 측근을 일본 오사카 총영사와 청와대 행정관으로 추천했으나 거절당했다.

김씨는 수감 된 이후 지금까지 외부인 접견을 한 차례도 수용하지 않았다. “가족 외에 어떤 사람도 접견하지 않겠다”고 자필 보고문까지 냈던 그다. 하지만 김씨를 만나기 위해 서울구치소를 찾은 가족도 보기 힘들었다. 그는 내달 2일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댓글 추천 수를 조작한 혐의(업무방해죄)에 대한 첫 재판을 받는다. 오정국 변호사는 “재판이 빨리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고인이 혐의를 인정하면 다툴 여지가 없다는 것. 집행유예가 점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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