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도보다리 끝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단둘이 긴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판문점 공동취재단>

[시사위크|판문점 공동취재단=정계성 기자] 2018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을 맺는 분위기다. 당초 우리가 목표했던 ‘완전한 비핵화’ ‘가을 남북정상회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이 선언문에 모두 포함됐다. 무엇보다 ‘평화의 시대가 열렸다’는 선언이 전문을 장식했다. 앞으로 이어질 북미정상회담에 청신호가 켜지는 대목이다.

긍정적인 조짐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첫 만남에서 시작됐다. 정전협정이 체결됐던 군사정전위원회 건물 사이 군사분계선에서 만났다. “언제쯤 넘어 갈 수 있느냐”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말에 김정은 위원장은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고 화답하며 즉흥적인 월경이 이뤄졌다. 환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분단선이 높지도 않은데 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다보면 없어지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최고 관심사였던 비핵화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용어가 사용됐다. ‘비핵화’라는 의미를 두고 핵군축, 추가적 핵무기 보유 등 다양하게 해석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못 박았다.

◇ ‘완전한 비핵화’ 의지 표명… ‘길잡이 회담’ 성공적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 주목할 부분은 ‘속도’와 ‘이행’이 어느 때보다 강조됐다는 점이다. 사실 비핵화나 적대행위 금지, 평화체제 구축 등 대부분의 합의내용은 이전 선언에서도 도출된 바 있다. 그러나 국제정세와 남북 내부의 사정에 의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고 일각에서는 ‘위장 평화쇼’라는 의심도 많았다. 따라서 이번 회담의 최대 관건은 내용 보다는 이행에 대한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확인시키는 게 중요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함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오고 있다. <판문점 공동취재단>

두 정상은 이 대목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 위원장은 “큰 합의를 해놓고 10년 이상 실천을 못했다. 오늘 만남도 그 결과가 제대로 되겠느냐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면서 “우리가 11년간 못한 것을 100여일 만에 줄기차게 달려왔다. 굳은 의지로 함께 손잡고 가면 지금보다야 못해질 수 있겠나”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과거에는 정권 중간이나 말에 늦게 합의가 이뤄져 정권이 바뀌면 실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제가 시작한지 이제 1년차다. 제 임기 내에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달려온 속도를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실제 2000년 정상회담은 김대중 정부 중반기에 열렸고, 2007년 정상회담은 노무현 정부 말기여서 추진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회담은 문재인 정부 초기라는 것과 동시에, 국제사회의 ‘비핵화’ 요구가 큰 상황이 맞물리면서 분위기가 급물살을 탔다. 이 시기를 살려 힘 있고 속도감 있는 추진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를 위해 두 정상은 구체적으로 올해를 ‘종전선원과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의 시한으로 잡고 남북 외에 미·중과 합의도 추진하는데 의견을 함께했다. 과거 10·4 선언이 ‘항구적 평화체제’라는 목표설정에 그쳤다면, 이번 합의는 시기와 협의 대상을 분명히 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도 있었다. ‘판문점 선언’을 김 위원장이 육성으로, 또 생중계로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공동선언문에 대한 입장을 낭독한 것은 처음으로 전 세계에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북미정상회담을 통한 비핵과, 북미수교의 ‘길잡이 회담’으로서 충분한 성과를 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공동발표에서 “지금까지 정상회담 후 북측 최고지도자가 직접 세계의 언론 앞에 서서 공동으로 발표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라며 “대담하고 용기있는 결정”이라고 경의를 표했다. 김 위원장은 “이 합의가 역대 시작만 뗀 불미스러운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무릎 마주하고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함으로써 반드시 좋은 결실 맺어지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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