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여동생 ‘김여정’, 2010년 추정 사진 돈 이후 ‘처음’ 공개 보도돼

김정은을 필두로 하는 북한의 ‘로열패밀리’ 체제가 사실상 구축됐다. 지난해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북한 지도자로 우뚝 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7월 이례적으로 그의 아내 리설주를 공개 석상에 내보이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 최근엔 리설주에 이어 그의 여동생 김여정이 조선중앙TV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공개 활동에 나섰다. 이 때문에 김여정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 전문가들은 과거 김경희가 김정일의 측근 보좌를 맡았듯 김여정이 김정은 체제의 조력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며 그의 행보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김여정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까닭은 무엇일까. 그녀를 둘러싼 소문에 대해 알아봤다.

▲ 지난 19일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의 백마 탄 모습이 공개됐다.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금까지 확인된 부인은 총 4명이다. 복잡한 그의 가족관계를 살펴보면 1960년대 말 동거했던 성혜림과의 사이에 1남(김정남), 아버지의 뜻에 따라 결혼한 김영숙과의 사이에서 1남2녀(김설송과 남동생 및 여동생), 김정일의 총애를 받은 고영희가 2남1녀(김정철, 김정은, 김여정), 마지막으로 고영희가 사망한 이후 김일성의 곁을 지킨 김옥 사이에서 1녀를 낳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최근 공개활동을 시작한 김여정은 후계자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의 딸로 김 위원장과는 남매사이다. 당초 이름은 김일순이었으나 현재 김여정으로 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일에 감춰진 여동생 모습 드러내

오빠 김정은과 3살 차이인 것으로 알려진 김여정은 올해 나이 25세(1987년생)로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부터 스위스 베른으로 유학을 갔다.

그녀는 현지 공립 초등학교에서 공부하면서 유럽의 문화와 예술에 많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베일에 감춰졌던 김여정이 언론에 처음 모습을 나타낸 것은 지난 2010년 9월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이 베른 시절의 유학 당시 동영상을 공개하면서부터다.

▲ 1998년 2월 7일 스위스 베른 유학 당시 김여정의 모습./사진=일본 요미우리신문
신문은 1998년 2월 7일 열린 학교 음악발표회 동영상으로 김 위원장의 어린 시절을 공개했는데 이 영상에서 김여정으로 추측되는 한 어린 여자 아이가 얼굴을 드러냈다.

남매가 함께 유학했단 사실에 주목해 추측은 기정사실화됐는데 특히 13년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요리사로 일해온 후지모토 겐지 씨가 이들 남매의 모습이 김정은과 김여정임에 틀림없다고 증언하면서 북한의 공주 김여정이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그 후 별다른 징후 없이 모습을 감췄던 김여정은 지난해 12월 그의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이 갑작스레 세상을 뜨면서 언론에 재등장했다.

▲ 지난해 12월 28일 김정일 영결식서 모습을 드러낸 김여정./사진=조선중앙TV 캡쳐
지난해 12월 21일 조선중앙TV가 내보낸 조문 동영상에선 상주 자격으로 조문객을 맞이하는 김정은 바로 뒤에 선 묘령의 여인이 화제가 됐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 여인을 두고 김정은의 아내 혹은 김여정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지만 앞서 알려진 어린 시절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 아내 리설주에 목소리가 실렸다.

하지만 2~3일 뒤 북한 전문가들은 “과거 위원장들이 부인을 공식석상에 내 보인 적이 없고, 김여정이 확실시 된다”며 묘령의 여인이 김여정임을 강력 주장했다.

이들은 후계자 김정은이 손아래 여동생 김여정을 배석시켜 공개적 조문을 허용한 것은 그가 자신과 권력을 다툴 상대가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자신을 제외한 남자 형제 정남과 정철 등을 공개조문에서 제외해 김정일의 유일무이한 적자임을 내세우는 전략이 아니었겠냐고 관측했다.


또한 그의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이 17년 전 김일성 주석의 영결식 때 여동생 김경희 노동당 경공업부장을 대동한 점을 들어 김정은이 아버지와 비슷한 모습으로 연출한 것이 아니겠냐는 지적이다.

영결식이 끝나고 김정은 체제가 자리 잡기까지 김여정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나, 지난 6월 7일 북한 소년단 창립 66돌 경축 소년단 연합단체대회서 또다시 김여정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조선중앙TV에 의해 등장했다.

이렇듯 추정과 확신을 거듭하는 김여정이란 인물을 두고 언론과 전문가들은 갖가지 추측보도를 쏟아냈다.

이에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노동자대표자회의서 당대표자로 추천됐다는 설, 북한 여성단체조직인 조선여성동맹의 위원장에 자리했다는 설 등 풀릴 듯 말듯 풀리지 않은 베일에 감춰진 그녀의 진실을 알고자하는 의구심만 쌓여가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지난 7월, 전혀 다른 모습의 또다른 여인이 김정은을 동행하면서 그의 부인이냐, 여동생이냐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설전이 벌어졌다. 며칠 후 그녀가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라는 사실이 공식화되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은 전부 새로운 북한의 퍼스트레이디에게 쏠리기 시작했다.

이에 상대적으로 김여정에 대한 관심은 차차 식어갔는데 최근 조선중앙TV가 김여정의 단독사진을 직접 공개하면서 리설주에 이어 김여정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증폭되고 있다.

북한, 이례적으로 대외활동 전면 공개

19일 조선중앙TV는 김정은의 인민군 제534군부대 직속 기마중대 훈련장 시찰 소식을 전하면서 김여정의 모습을 함께 공개했다.

이 자리에는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김경희 노동당 비서 등이 동행해 김정은 주변의 여동생, 고모, 고모부 등 일가친척이 모여 영결식 이후 처음으로 일가 친척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였다.

그간 언론 보도에서 김여정이 우연히 포착되거나 화면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모습만 공개돼 전문가들의 추측 아닌 추측에 남아있던 것과 달리 이번 보도에서는 혼자서 말을 타거나, 고모인 김경희 당비서와 함께 백마를 타는 모습이 공개돼 대외활동을 전면에 공개했다.

최고통치자를 제외하고선 대외적으로 가족의 모습을 공개하지 않았던 북한이 폐쇄적 틀에서 벗어나 연달아 통치자의 부인과 여동생을 공개하자 북한 전문가들은 이례적인 모습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김여정 역시 리설주처럼 향후 활발한 대외활동에 나서 김정은 체제의 한 축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당내에서 고모인 김경희와 유사한 역할을 맡을 것이란 분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다. 혈연 중심의 통치체제를 이어온 과거사례를 들어 딸에게도 고모의 역할이 세습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경희는 1987년 당 경공업 부장으로 취임한 뒤 조선인민군 대장, 정치국위원, 노동당 비서 등을 일임했으며 지난 2008년 김정일 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당시 현지지도에 전면 등장해 김정은 후계작업의 최고 조력자로 활약한 바 있다.

이처럼 김여정이 향후 맡게 될 직책에 대한 관측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김여정의 향후 행보가 김경희보다 더욱 넓어질 것이며, 북한에 보다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북한이 보여준 일부 파격적인 모습이 김여정의 ‘연출’이자 ‘작품’이라는 주장으로 앞으로도 과거 북한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들이 등장해 국제사회를 놀라게 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 지난 7월 25일 능라인민유원지 개관식에 참석한 김정은 부부와 김여정(추정)./사진=조선중앙TV, YTN캡쳐
 
최근 북한 행보…김여정의 작품?

지난 8월 6일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김정은이 리설주와 팔짱을 끼고 유원지 완공식에 나타난 점, 모란봉 악단 공연에 미키마우스・미니마우스 등 미국 만화영화 캐릭터가 등장한 점, 여가수들이 대담한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른 점 등이 모두 김여정의 작품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대북소식통을 인용해 “어느 것이든 해외유학 경험이 있는 김여정의 감각이 반영돼 있는 것 같다”며 “가족이 아니라면 이런 대담한 연출을 할 수 없다. 가족 이외의 사람이 이런 것을 제안하면 어떠한 비판을 받을지 모른다”고 전했다.

이어 신문은 그녀가 스위스 베른에서 수년간 문화 및 예술에 관심을 가지면서 북한의 공연에도 깊이 관여한다는 정보도 함께 덧붙였다.

이같은 소식에 전문가들은 김여정이 북한의 폐쇄적인 모습을 일부 개선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추측에 힘을 싣듯 지난 7월 김여정이 능라인민유원지 준공식에서 보인 자유분방한 행동이 전문가의 레이더망에 걸렸다.

7월 25일 김정은 부부가 능라인민유원지 개관식에 참석했을 당시 북한 고위간부들은 부동자세로 박수를 치며 이들을 환영했는데 이를 지켜보던 여정이 혼자 뒤편에서 돌아다니며 뜀박질을 하거나 손뼉을 치며 웃는 등 천방지축의 모습을 보였다.

이를 내보낸 조선중앙TV는 여정의 모습을 최대한 공개하지 않기 위해 편집을 가한 흔적이 엿보였으나 사방팔방 돌아다니는 그녀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종잡을 수 없는 여정의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탔고 전문가들은 이같은 행동이 북한의 경호상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간부 및 경호원들이 그녀의 행동을 막아내지 못한 점에 주목해 김정일이 가장 총애한 고영희의 막내딸이자 현 지도자인 김정은의 충분한 신임을 사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실제 김정일 위원장의 전속요리사였던 겐지는 회고록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은 여정 공주를 매우 귀여워했다”며 “식사자리에서도 고영희가 오른쪽에 앉아 있고, 김여정은 항상 김정일 왼쪽 옆자리에 앉을 정도로 편애를 많이 받았다”고 전한 바 있다.

이렇듯 북한은 김정은 체제로 개편된 이후 이른바 김일성 가문 ‘백두혈통’을 대내외에 과시하면서 김정은 일가에 대한 우상화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여동생 김여정을 내세운 북한의 향후 행보는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될 것인가. 김여정이 맡게 될 직책에 대해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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