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칼럼니스트

제임스 쿡 선장이 발견했다는 뉴칼레도니아. 영국과 싸워 이겨서 지금은 프랑스령으로 되어 있으며 당연히 프랑스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불어도 통해서 그런지 동경에서 에어칼린을 타고 뉴칼레도아의 수도 누메아로 향하는 비행기는 거의 대부분이 프랑스인들이었다. 일본의 가장 큰 연휴인 골든위크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을 비롯한 동양인들은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적었다. 얼마 전까지 인천에서 출발했던 뉴칼레도니아행은 적은 승객으로 인해 동경 경유 편으로 바뀌고 뉴칼레도니아는 이제 슬슬 중국인 관광객들인 ‘요우커’로 눈을 돌릴 생각인가 보다.

인천에서 아침에 아시아나를 타고 동경으로 가면 바로 갈아 탈 수 있다는 생각에 보다 일찍 나리타공항에 도착하는 덜컥 제주항공을 몇 달 전에 끊었다. 하지만 에어칼린은 제1터미널이고 제주항공은 셔틀도 제대로 없고 안에서 환승도 거의 안되는 제3터미널에 도착한다. 결국 두세시간만에 경유하는 당일치기는 불가능한 표였다. 다시 하루 앞당겨 표를 바꾸자고 하니 변경수수료를 내라고 한다. 제3터미널을 이용해서 환승이 어렵다는 충분한 설명이 있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해도 그냥 딱 잘라 말하는 것을 보면 제주항공은 아직 멀었나보다. 고객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게 일본 나리타 항공권을 팔 때는 환승에 4시간정도 여유를 가지고 하라고 표기하도록 하는 게 좋다고 의견을 냈는데 반영되었는지 모르겠다. 4.3항쟁이 대한민국의 역사가 되는 시점에 제주항공도 인터내셔널하고 고객에 대한 서비스 마인드가 충실한 스마트한 항공사가 되기를 바란다.

일본 나리타 신쇼지 정원의 환상적인 모습 <하도겸>

하루 체재하는데 굳이 도쿄까지 가지 않고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나리타 주변의 호텔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치바현 나리타시에 머물 경우 주변에 나리타역에서 10분정도 걸으면 나오는 나리타산 신승사(신쇼지)는 천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참으로 유서깊고 매력적인 곳이다. 경도와 나라의 옛 거리와 견주어 손색이 없는 가도를 걷다보면 수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오래된 가게 ‘노포’들을 만나게 된다. 양갱이 박물관을 비롯하여 장어집, 단무지집 등 살아 숨쉬는 가게의 장인들을 통해 근세 강호(에도)막부시대로 돌아온 착각을 하게 한다. 특히 신쇼지의 정원은 신카이 마코토의 언어의 정원(The Garden of Words, 2013)에 나오는 구두 디자이너를 꿈꾸는 고등학생 다카오가 비가 오는 날이면 찾는 도심의 정원을 떠오르게 한다. 비라도 내렸으면 했지만 날씨가 너무 화창해서 안타까운 곳은 여기가 처음일 듯 싶다. 비싼 일본에서 무료라는 이점까지 있으니 담에는 도시락에 차를 준비해서 꼭 다시 가야겠다.

12시 30분 동경발 에어칼렌은 10시부터 나리타공항 제1터미널 북측 윙 D에서 F사이에 체크인이 시작된다. 미리 가면 좀 찾기 어렵다. 공항안내지도나 전광판에도 안내가 잘 안 나온다. 나리타공항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도 안내원도 잘 모른다. 지도에도 안 나와 있는 걸보면 항공사가 작은 것도 있지만 나리타공항의 세세한 서비스 문제도 있는 듯하다. 우리 인천공항에 비해서 서비스가 좀 많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나리타공항만 해도 꽤 쾌적한데, 다만 엘리베이터 없는 곳도 적지 않고 불편한 게 한 두개가 아니다. 우리 인천공항이 왜 세계 1위인지 알만하다. 그러고 보니 출국장 윗층에 경유라는 여행객을 위해 잠시 눈붙이는 곳까지 만들어 놓았으니, 인천공항이 참 자랑스럽다.

뉴칼레도니아 누메아 등대섬 주변의 바다 모습 <하도겸>

좀 늦게 탑승했는데도 에어칼린 일본인 직원들이 탑승구까지 에스코트 해줘서 참으로 고맙다. 체크인 할 때는 대한항공에서 파견된 직원이 한국어로 상세히 도와주고, 항공사 일본 측 최고 매니저도 친절하게 대해준 게 참으로 인상적이다. 프랑스령인 뉴칼레도니아의 항공사 에어칼린은 프랑스제 에어버스였다. 왠지 대항항공 등이 사용하는 미제 보잉사보다 좀 더 넓고 편안한 느낌이 든다. 1cm라도 더 넓은 것인가? 마치 에어프랑스처럼 와인과 맥주 그리고 음식은 끝없이 제공해 주는 걸 보면 프랑스령이어서 그런지 먹는 것에 대해서 전혀 인색하지 않는 듯하다.

며칠 전에 갑작스런 에어프랑스의 파업과 영업 재개로 밀렸던 손님들이 몰려와 4월 27일과 28일 비행기 모두 만석이었다. 뉴칼레도니아 역시 아침에 잘 일하다가도 오후에라도 파업을 할 수 있다니 참으로 ‘노동자의 천국’인 듯하다. 우리도 이제 선진국 대열에 들었다고 하는데, 노동 3권은 아직도 개발도상국 수준이 아닐까 싶다. 4월 27일 역사적인 남북 평화 통일 시대가 개막되었는데 이제 지방선거 끝나면 노동자의 권익 향상을 비롯해 산적한 노동문제도 해결해 주었으면 좋겠다. 여하튼 프랑스 객들을 가득 채운 비행기는 누메아를 향해 나리타 공항을 박차고 하늘로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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