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이 이번엔 ‘주식 금수저’로 정부와 엇박자를 내게 됐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정부 당국이 이른바 ‘주식 금수저’에 대해 칼을 빼든 가운데, GS그룹의 실태가 눈길을 끌고 있다. 10대 재벌그룹 중 가장 돋보이는 ‘주식 금수저’를 품고 있기 때문.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에 이어 ‘주식 금수저’ 화두에서도 정부와 엇박자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 고등학생-중학생 형제가 ‘700억’ 주식갑부

국세청은 최근 소득이 없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주식이나 예금, 부동산 등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이들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엔 증여세 탈루나 자금세탁, 차명주식, 내부정보를 이용한 시세차익 등 각종 불법 및 탈법의 정황이 드러난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의 이러한 움직임은 새 정부가 기치로 내건 ‘경제민주화’와 관련이 깊다. 오랜 기간 문제로 지적돼왔던 금수저 관련 문제에 국세청이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GS그룹이다. GS그룹 오너일가 4세 중엔 국내에서 가장 반짝이는 ‘주식 금수저’가 있다. GS그룹 3세 중 막내인 허용수 GS EPS 부사장의 자녀들이 그 주인공이다.

허용수 부사장의 장남인 A군은 2001년생으로, 아직 고등학생에 해당하는 나이다. 그런데 GS 주식을 83만5,341주나 보유하고 있다. 30일 종가(6만1,300원) 기준으로 환산하면 512억원이 넘는 규모다. GS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던 지난해 여름엔 주식가치가 600억원을 넘기기도 했다.

A군의 동생 B군도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2004년생인데, GS 주식 33만1,000주를 갖고 있다. 역시 30일 종가로 환산하면 200억원이 넘는다.

10대에 불과한 이들이 자신들의 능력으로 이 같은 주식부호가 됐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실제 이들은 아주 어린 나이부터 주식을 보유해왔다. A군의 경우 GS가 LG그룹에서 분할설립된 2004년에 이미 25만주 이상을 보유 중이었다. A군이 4살에 불과했을 때다. 동생 B군은 2009년 6살의 나이에 처음으로 GS 주식을 보유했는데, 장내매수에 투입한 자금이 83억원에 달했다. A군과 B군 모두 이후에도 꾸준히 장내매수를 통해 보유주식을 늘렸다.

미성년자의 주식보유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재벌들의 ‘주식 금수저’ 행태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GS그룹 오너일가 4세 두 ‘주식 금수저’ 형제가 그것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먼저 편법증여 문제다. 증여세 납부를 회피 또는 축소할 여지가 있고, 설사 주식매입자금에 대한 증여세를 납부했다 해도 여러 문제가 남는다. 주가상승으로 인한 시세차익, 혹은 배당금 수령 등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증여비용을 줄여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내부정보를 활용하거나 오너일가로서의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GS그룹의 A군과 B군도 이미 적잖은 시세차익을 봤을 뿐 아니라, 매년 수십억대 배당금을 쌓아가고 있다. 지난해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초 수령한 배당금만 각각 15억원과 5억원을 넘겼다.

‘주식 금수저’는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 문제와도 연결된다. 어린 자녀가 특정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게 한 뒤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로 해당 회사를 성장시키는 방식이다. 이 역시 또 다른 방식의 편법증여가 될 수 있다.

A군과 B군은 GS 주식 외에도 GS아이티엠 지분도 일부 보유 중이다. GS아이티엠은 전형적인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 회사로, 내부거래 비중이 지난해에도 70%에 달했다. GS아이티엠이 안정적인 내부거래 일감을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할 경우, 4세 승계의 지렛대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 같은 ‘주식 금수저’ 행태는 사회적 악영향이 상당하다. 서민들, 특히 사상 최악의 취업난으로 신음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위화감을 주기 때문이다.

GS그룹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 직후 주목한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 문제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어지는 ‘주식 금수저’ 화두에서도 정부의 행보에 역행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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