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첸이 지난해 83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2.9% 감소했다. 그런데, 이 기간 등기이사 3명의 보수는 증가했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기업에 위기가 찾아올 때 해법을 찾는 것이 경영진의 역할이다. 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면 경영진이 교체되는 등 책임론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경영진은 주주와 직원들에게 신뢰를 보여주는 방식의 일환으로 자신들의 보수를 동결하거나 축소하는 행보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쿠첸 등기이사들은 그렇지 못했다. 83억8,384만원이라는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할 때 이대희 쿠첸 대표이사를 포함한 등기이사 3명의 보수는 증가했다. 같은 시기 직원 수는 줄어들고 이들의 평균 급여도 축소된 것과는 대조되는 행보다.

◇ 쿠첸, ‘83억원’ 영업 적자 기록… 시장 환경에 따른 결과

쿠첸은 생활가전 제조 및 판매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2015년 8월 리홈쿠첸에서 인적 분할돼 신규 설립된 기업이다. 같은 해 9월 코스닥시장에 재상장된 바 있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32%로, 2위를 기록하는 상황이다. 1위(쿠쿠전자)와의 점유율 차이를 줄이는 것이 쿠첸의 목표이기도 하다. 쿠첸의 주요 판매품은 프리미엄 밥솥, 에어워셔, 멀티 쿠커 등이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렌탈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신규사업으로 시작한 IH렌지가 렌탈 주요 품목이다.

다만 성과는 좋지 않다. 쿠첸은 지난해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쿠첸의 매출은 2,373억원으로, 전년 대비 12.9%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83억8,384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는 국내 가전 시장이 침체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심지어 시장은 위축됐지만 가전 제조사들의 경쟁은 심화됐다. 이 역시 실적 악화에 영향을 줬다는 판단이다. 실제 쿠첸은 지난해 실적이 부진해 적자로 전환되는 상황에서도 광고선전비로 98억원을 사용했으며, 판매 촉진 및 판매 장려금에 433억원을 지출했다.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영향을 받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지난해 중국이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통관을 제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쿠첸 역시 중국 수출량이 줄어 매출과 영업이익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 직원수 줄고 급여도 줄었는데… 등기이사 보수는 올라

쿠첸 등기이사 3명의 보수가 증가했다. 이대희 쿠첸 대표, 이재성 사업부장, 서용문 상무 등이 해당된다. 지난해 이들 3명에게 승인된 보수 총액은 5억7,346만원이다. 전년 대비 2,986만원이 증가했다. 사진은 이대희 쿠첸 대표의 모습. <쿠첸 홈페이지>

같은 기간 쿠첸의 내부 상황도 달라졌다. 직원들에게 제공되는 혜택이 줄어서다. △직원 수 △직원 평균 급여 △복리후생비 등이 모두 감소해서다. 직원들이 쿠첸으로부터 받는 금액 중 증가한 것은 퇴직금이 유일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쿠첸의 직원은 지난해 말 기준 290명으로 확인됐다. 전년 보다 30명 감소했다. 전 직원 중 9.4%가 사라진 수치다. 직원 10명 중 1명이 없어졌다는 의미다. 아울러 직원들의 1인 평균 급여도 감소했다. 지난해 직원의 평균 급여는 4,320원으로, 전년(4,438만원) 대비 118만원 줄었다.

그런데, 등기이사 3명의 보수에게 지급되는 보수는 늘었다. 이대희 쿠첸 대표, 이재성 사업부장, 서용문 상무 등이 해당된다. 지난해 이들 3명에게 승인된 보수 총액은 5억7,346만원이다. 한 명당 1억9,112만원으로, 전년 대비 2,986만원이 증가한 규모다. 1인 평균 보수액이 전년 대비 1,000만원가량 오른 셈이다.

쿠첸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조화로운 단합’을 강조하고 있다. 상생과 동반성장을 한다는 것이 쿠첸의 경영이념이다. 쿠첸은 “업무 수행에 있어서 회사의 재산을 아끼고 정직하게 운영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같은 쿠첸의 원칙과 기준은 직원들만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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