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판문점 선언'에 경의선 철도, 도로 연결 등 남북 경제협력 방안이 포함되면서 건설업계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평양 고려호텔 인근에서 타워크레인이 올라서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11년 만에 이뤄진 남북 정상 간 만남이 성공적으로 개최되면서, 산업계의 기대감도 한껏 고조되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경제교류 활성화에 두 정상이 뜻을 함께하면서, 새롭게 그려질 한반도의 경제지도에 산업 전반의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노후한 북한의 SOC 현대화에 첨병 역할을 할 건설업계의 표정이 유난히 밝아 보인다. 반면 과거 북한의 약속이 공염불이 그친 사례를 교훈삼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4.27 판문점 선언’ 최대 수혜 산업 '건설'

정부의 옥죄기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과 SOC 예산 삭감, 해외건설 수주 감소 등 먹구름이 가득했던 건설업계가 예상치 못한 호재성 이슈를 만났다. 남한 면적의 1.2배에 달하는 북한이라는 거대 시장이 국내 건설사들이 주목해야 할 블루오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세계인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4.27 판문점 선언의 핵심 가운데 하나로 철도와 도로 등 북한SOC 개발이 선정되면서, 건설 분야가 남북한 평화 무드의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기대감은 국내 최대 건설 직능단체인 대한건설협회를 통해서 엿볼 수 있다. 남북한 정상의 역사적인 만남이 이뤄졌던 지난 4월 27일 협회는 곧장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4.27 판문점 선언’을 적극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북한 인프라 구축에 건설업계가 앞장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협회는 “건설산업은 다른 어느 산업보다도 남북경협, 나아가 통일에 대한 역할과 책임이 큰 산업”이라며 “70년간 대한민국의 인프라, 주택, 해외 건설 등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와 경험을 충분히 살려 남북한이 윈-윈할 수 있는 국토 종합개발에 적극 앞장 설 것”이라고 말했다.

포럼을 구성해 각계각층 전문가들의 의견을 한 데 모으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내놨다. 이름하여 ‘건설통일포럼’을 구성하고 오는 5월 8일 첫 회의를 갖는다. 이날 협회는 ‘한반도 개발 청사진’을 제시할 것을 예고했다. 협회 관계자는 “남북한을 잇는 교통시설 구축과 산업단지, 경제특구 조성 등의 계획과 실행 방안이 제시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제 막 새로운 남북 관계 조성을 위해 걸음마를 뗀 단계지만, 벌써부터 건설업계가 산업 부흥에 대한 기대감에 부푸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평가다. 금융위원회는 북한의 인프라 육성에 약 1,400억달러(151조원) 가량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데, 철도와 도로 등 건설업계와 직접 연관된 분야에서만 1,100달러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 ‘로드 투 비핵화’… 실천 뒤따라야 신중론도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연간 300억 달러를 수주하는 데도 버거워하고 있다는 현실에 비춰보면 북한이 가진 잠재력을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한켠에서는 지나친 흥분을 자제하고 보다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두 차례 이뤄진 남북정상회담에서 이뤄진 합의가 남측의 정권교체 후 흐지부지된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남북 경협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명제가 수반된 상황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승근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이 국가 전략 차원에서 남북 경협만 받아내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경협과 동시에 북핵, WMD 폐기 등의 실천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에 앞서 NPT 복귀나 IAEA 사찰 재계 등 비핵화로 가기 위한 선제적 조치를 북이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 및 북한의 인프라 개보수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형건설사들에서도 협회 쪽 분위기와는 달리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아직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있을 뿐, 별도의 팀을 꾸리거나 인력을 배치하지는 않고 있다. 이는 다른 건설사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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