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점 제한 등 난관에 부딪힌 대형마트 업계가 창고형 매장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은 이마트가 운영하는 창고형 매장 '이마트 트레이더스'(위)와 롯데마트가 새롭게 선보인 '마켓D' 내부 모습. <뉴시스, 각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성장 정체에 빠진 대형마트 업계가 ‘창고형 매장’을 돌파구로 삼았다. 업계 1위 이마트의 ‘트레이더스’가 분전하고 있는 가운데 후발 업체인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이를 뒤따를 채비를 마쳤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기존 대형마트와 창고형 매장의 중간 형태인 새 브랜드 ‘마켓D’와 ‘홈플러스 스페셜’로 승부수를 띄운다는 심산이다. 국내 마트 3사가 의욕적으로 체질 개선을 시도함에 따라 선진국형 창고형 매장의 원조격인 코스트코의 입지가 위협받게 됐다.

◇ 매장 수 동률 트레이더스… 코스트코 턱밑 추격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핵심 업태 중 하나인 대형마트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판매되는 제품의 볼륨은 키우고, 진열 방식을 단순화 해 가격의 거품을 더 뺀 창고형 매장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장사의 성공 비결로 회자되는 ‘더 크고 더 싸게’라는 기본으로 돌아가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 국내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중 창고형 매장 운영에 있어 두각을 보이는 건 업계 1위 이마트다. 브랜드 런칭 8년째에 접어든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전국 14개 매장을 보유하며 국산 창고형 매장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 1~2개 매장을 증설해 ‘12년 선배’인 코스트코를 뛰어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세우고 있다.

현재 라이벌 관계인 트레이더스와 코스트코의 매장 수는 14개로 동률을 이루고 있는 상황. ‘까마득한 후배’인 트레이더스는 대선배 코스트코가 20년이 걸려 쌓은 성과를 홈그라운드라는 이점을 살려 단 8년 만에 이룩해 냈다. 트레이더스는 초압축 성장을 이어온 추진력을 발판삼아 올해 국내 1등 창고형 할인점으로 ‘퀀텀 점프’한다는 방침이다.

단순 매장 수에 있어서 코스트코와 어깨를 나란히 한 트레이더스에게도 고민은 남아있다. 전체 매출 규모가 아직 코스트코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8월 기준 코스트코는 지난 1년간 전국 13개 매장에서 3조8,040억원을 벌어 들였다. 반면 트레이더스는 지난해 10개 남짓한 매장에서 1조5,214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 ‘창고형’으로 갈아타는 롯데마트‧홈플러스… 체질 개선 가속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레이더스가 1위 창고형 매장으로의 도약을 자신하는 건 성장세에 있어서는 앞서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2015년 이후 3년 연속 25%가 넘는 고성장을 이어오고 있는데, 지난해의 경우 전년 대비 27.2% 매출이 증가했다. 이와는 반대로 코스트코는 기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2014년 이후 줄곧 매출 증가율이 하락하고 있다. 전년 대비 12.8%에 이르던 매출 증가율은 해마다 1~2%p씩 감소해 지난해 8.7%까지 떨어졌다.

창고형 매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온 코스트코의 입지를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트레이더스를 위시한 토종 창고형 매장의 대반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출점 제한 등에 가로막힌 난관을 헤쳐 나가기 위한 방책으로 창고형 매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롯데마트는 납품한 상자 포장 그대로 판매하는 ‘RRP 진열’을 내세운 새 매장 ‘마켓 D’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창고형 매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열 방식인 ‘Retail Ready Package’, 즉 ‘판매 준비 완료 포장’이라는 의미를 가진 RRP 진열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수원점을 시작으로 올해 4개 매장을 추가 오픈하고, 2020년까지 15개까지 점포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홈플러스도 체질 개선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점의 강점을 하나로 묶은 새로운 유형의 점포를 선보인다. 이름하여 ‘홈플러스 스페셜’. 편의점과 슈퍼마켓, 창고형 할인매장의 인기상품을 한자리에서 구매가 가능하도록 매대 면적과 진열 방식, 가격 구조 등을 대대적으로 손본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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