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노벨"을 외치는 지지자들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보이고 있다. <뉴시스/AP>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여부를 놓고 미국 내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큰 반면, 공화당 지지층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와 맞물려 찬반논란은 더욱 치열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놓고 민주진영과 보수진영이 대립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언급은 북미정상회담 성사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앞서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정의용 안보실장은 백악관을 찾아 결과를 보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만남의사’를 수용하면서 전격적으로 북미 간 대화테이블이 마련된 바 있다. 미국 정상과 북한 최고지도자의 첫 만남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의 관심이 쏠렸던 게 사실이다.

◇ 민주당과 반트럼프 진영의 다른 시선

이 시점을 분수령으로 분위기는 급반전 됐다. ‘무력행사’가 공공연하게 언급될 정도로 일촉즉발이던 양측의 관계는 치열한 외교전 양상으로 변화했고, 서로 간의 ‘막말’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웠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가능성이 수면위로 올라왔던 시기도 이 때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농담이 아니다”고 했다.

다만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에 따라 의견이 갈리고 있는 모양새다. 먼저 민주당 지지층과 반트럼프 진영은 “실질적 평화를 이룬 것이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주로 미국 ABC방송, NBC방송 등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척을 진 언론을 중심으로 이 같은 내용의 보도가 나온다.

뉴욕타임즈의 만평.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보는 시각을 알 수 있다. <뉴욕타임즈 캡쳐>

남북정상회담을 바라보는 미국언론의 시각도 이 관점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중도진보로 분류되는 <뉴욕타임스>는 “남북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의 정의도, 구체적 시간표도 정의도 밝히지 않은 채 연내 종전 선언을 추진한다는 선언만 했다”며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다”고 보도했었다. 보수로 분류되는 월스트리트저널도 “북한의 외교적 수사(rhetoric)임을 뻔히 알면서도 그 의미를 과장해 세계에 홍보해준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두 언론사의 논조는 다르지만,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 “트럼프의 명예욕 이용할 줄 아는 문재인”

반면 공화당 지지층 등에서는 “오바마 대통령도 실질적 성과없이 노벨평화상을 받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자격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8일 미시간 주 워싱턴에서 열린 집회에서 지지자들이 “노벨! 노벨!”을 외쳤던 게 대표적이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두고 민주진영과 보수진영이 대립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신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해 “노벨상이라니 멋지다”며 관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미국 내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띄우고 있다는 시각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명예욕’을 자극해 자국의 외교적 이익을 얻으려 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분위기 조성에 관해 누차 “트럼프 대통령의 공로”라고 평가해왔다. “노벨평화상을 받으시라”는 이희호 여사의 축전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노벨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받으셔야 한다”고 반응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세계의 정치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은총을 얻고 관심을 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배웠다”며 “그것은 그를 아낌없이 칭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노벨상 수상) 노력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무의식적으로 추진한 것”이라면서 “문 대통령은 다른 어떤 세계 지도자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 많은 아첨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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