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6일 홈앤서비스 대전서부홈고객센터 서비스 매니저 이모 씨가 작업중 쓰러진 사고 현장. 당시 이씨는 우연히 이사짐센터 직원에게 발견돼 뒤늦게 병원에 후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희망연대노조>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통신배선 공사업체 홈앤서비스 설비기사가 작업 중 뇌출혈로 쓰러진 후 3일 만에 숨진 사실이 알려졌다. 홈앤서비스는 지난해 SK브로드밴드가 하청업체 수리기사들을 고용하기 위해 만든 자회사다. 설립 초기 업계의 관심을 받았지만 기사들의 여건은 하청업체 소속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이하 노조)는 이번 사건 역시 자회사 설립 전부터 문제됐던 인력부족과 실적압박에 따른 인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사망한 기사는 홀로 작업을 하던 중 변을 당해 발견 당시 이미 회복이 어려운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 “‘외부 작업시 2인1조’ 그렇게 요구했건만...”

노조에 따르면 홈앤서비스 대전서부홈고객센터 매니저 이모 씨는 지난 4월26일 아파트 계단 IDF함에서 포트 연결 작업을 하던 중 뇌출혈로 쓰러졌다. 이씨는 뒤늦게 아파트 이삿짐센터 직원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결국 같은달 29일 오후 9시께 사망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씨는 만 38세로 평소 지병이 없었다. 때문에 이번 사고가 실적압박과 인력부족에 따른 과도한 업무량, 부실한 안전지침이 빚은 산업재해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2016년 9월에도 SK브로드밴드 하청업체 의정부홈고객센터 인터넷 설치기사가 비가 오는 날 전신주 작업을 하다 추락사한 바 있다. 노조는 이후 야외작업 시 2인1조 운영을 강력히 요구해왔다.

그러나 수리기사들이 소속돼 있던 하청업체는 물론 원청이었던 SK브로드밴드도 관련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노조는 지난 1일 성명서를 내고 “만일 이씨가 2인1조로 작업을 했더라면 신속히 응급조치가 이뤄지고 병원 후송도 빨랐을 것”이라며 “사측의 안전불감증이 이번 사고를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홈앤서비스 대전서부홈고객센터에서 수리기사들에게 공개한 CSI 점수표. 숨진 이씨는 대전서부홈고객센터 매니저였다. <희망연대노조>

실제로 홈앤서비스는 산업안전교육 미실시 및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미설치로 지난 4월17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과태료 부과와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또 지난 3월에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시행하는 분기별 안전교육을 온라인으로 대체해 수리기사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홈앤서비스는 “(온라인 교육) 미이수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면서 “현업으로 바쁘시겠지만 주어진 시간 내 반드시 교육을 이수하라”고 공지했다.

홈앤서비스는 온라인 안전교육에 대해 수리기사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집체교육(여러 사람에게 집단적으로 실시하는 교육)으로 전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 “건강상 이유로 사망”... 산재 선 긋는 홈앤서비스

노조는 또 홈앤서비스로 편입 후 오히려 노동자들에 대한 통제와 실적압박이 강화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측이 만든 평가기준을 통해 매월 센터·개인별 실적평가를 시행하고, 차등 포상을 시행함으로써 수리기사들을 야간작업과 주말작업으로 내몰았다는 지적이다.

숨진 이모 씨가 근무했던 대전서부센터는 업무용 SNS에 수시로 실적 점수를 공개하며 기사들을 압박했다고 노조는 밝혔다. 그러면서 “이씨가 소속됐던 대전서부홈고객센터는 타센터에 비해 과도한 업무역량(1시간당 1건 처리)이 부여됐다”면서 “그럼에도 회사는 이씨가 숨진 다음날 인트라넷을 통해 이씨가 ‘건강상의 이유’로 사망했다고 공지하며 산재 논란을 피하는데만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홈앤서비스가 고인의 사망과 관련해 인트라넷을 통해 공지한 내용. <희망연대노조>

노조가 공개한 인트라넷 공지문에는 ‘(이씨가) 갑작스런 뇌출혈 증상으로 방년 40세의 나이에 우리 곁을 떠났다“면서도 ”건강상의 이유로 구성원 한 사람을 잃어버린 현 상황에 회사는 깊은 조의를 표한다’고 적혀있었다.

노조는 “이번 사망사고가 산업재해로 인정받고 유족들이 회사로부터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행동할 것”이라며 “아울러 재발방지 대책으로 외부작업 시 2인1조 근무, 실적강요 금지, 인력 충원 등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노조는 지난 1일 오후 12시30분 종로구 서린동 SK본사 앞에서 이씨를 추모하기 위한 결의대회를 열었다. 또한 2일 오전에는 전 조합원 추모 아침 선전전을 시작으로 이번 사고와 관련해 추가 기자회견을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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