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적대 분위기에서 대화 분위기로 변하는 중이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와 마찰을 빚어왔던 민주당은 환영의 뜻을 전하고 있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분열된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기간을 가장 잘 설명하는 표현 중 하나다. 아웃사이더 출신에 즉흥적인 표현을 일삼는 트럼프 대통령은 정계 데뷔 후 하루가 멀다 하고 야당과 대립각을 세웠다.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와 불법체류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DACA) 폐지, 국경장벽 건설 등 트럼프 행정부의 거의 모든 정책들은 민주당의 반발을 사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아직도 수사가 진행 중인 러시아 스캔들도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정계의 가장 중요한 의제로 떠오른 북한의 비핵화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만은 다른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대화를 이야기하기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민주당은 이례적으로 찬성의 뜻을 표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 내부의 시각은 다소 엇갈리는 모습이다.

◇ 외교정책 지지 결의안에 매파 국무장관 찬성표까지

민주당 소속의 툴시 가바드 하원의원과 테드 요호 공화당 하원의원이 지난달 27일(미국시각) 하원 외교위원회에 공동으로 발의한 결의안 H.RES.861호는 ‘한반도에 대한 대통령의 외교정책 지지’로 요약된다. “북한의 핵미사일이야말로 가장 심각하게 미국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라고 밝힌 이 결의안은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모든 비군사적 방법들을 동원할 것과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할 때까지 경제적·정치적 압박을 지속할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또한 군사적 행동은 2차 세계대전에 비견될 만한 최악의 결과를 불러올 것이며, 미·중·남·북의 4자회담을 지지한다는 내용까지 담았다.

두 정당은 이전에도 수차례 대북제재안을 높은 지지율로 통과시켰을 정도로 대북 압박정책에 뜻을 같이해왔다. 다만 문제시된 것은 군사적 행동에 대한 의견 차이였다. 여태껏 공화당 강경파가 군사 옵션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던 반면, 1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며칠 내로 정상회담 날짜를 발표하겠다”고 밝힐 정도로 대화 분위기가 가시화되자 외교정책 전반에 대한 초당적 합의도 가능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매파로 분류되는 마이크 폼페이오 전 CIA 국장이 국무장관이 되기 위한 청문회를 비교적 수월하게 통과한 것도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현재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이 51명이고, 존 멕케인 의원이 건강 문제로 표결에 불참했기 때문에 인준을 위해선 적어도 한 명의 민주당 의원의 지지가 필요하던 상황이었다. 당초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이 폼페이오 국장의 매파 성향과 반 이슬람 정서에 우려를 표했지만, 투표 결과 찬성표는 57표에 달했다. 민주당 측에서 적어도 7명이 찬성표를 던진 셈이다.

공화당의 톰 코튼 상원의원이 CNN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듯, 폼페이오 장관의 지명과 인준이 빠른 속도로 진행됐던 배경에는 북미 정상회담과 이란의 핵 동결 문제 등 시급한 현안이 널려있는 상황에서 외교부의 수장 자리를 비워둘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북한 문제로 인해 대통령과 야당의 관계가 봉합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 토요일(미국시각)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면서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의회 과반을 차지한다면, 그들은 나를 탄핵하려 시도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대통령 탄핵을 꾸준히 주장해온 일부 민주당 의원들을 겨냥해서 나온 말이다. 다만 한반도 평화와 관련한 논의에 대해서만큼은 민주당과 백악관이 1년3개월 만에 처음으로 박자를 맞추고 있는 듯하다.

◇ ‘대화’ 반전에 갈등하는 공화당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주제를 두고 민주당이 적대감 속에서 찬성의 뜻을 표하고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한 배를 탄 공화당은 분열된 반응을 보여주는 중이다. 전반적으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낸 공훈을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정책으로 돌리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반면, 매파로 분류되는 강경론자들은 북한에 대한 불신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메릴랜드 주 하원의원인 스콧 테일러(공화당)는 북미 정상회담 추진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가 “분명한 성과를 내고 있다”며 호의적인 평가를 내렸다. 다만 그 접근법에 대해선 “전통적이지 않다”며 의구심을 품었고, “낙관적으로 전망하기엔 아직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편 “미국은 북한과 대화하면서 더 많은 지출을 감내해야 할 것이지만, 그들(북한)은 언젠가 합의를 모두 무너트릴 것이다”는 의견을 밝힌 엘리언 아브람스(레이건·부시 행정부에서 외교 업무를 수행)처럼 보다 직접적으로 거부감을 표현한 인사들도 있다.

공화당 내부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대통령의 태세전환이다. 뉴욕타임스는 공화당원 46%가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에 찬성한다는 퀴니피악 대학의 지난 10월 설문조사를 보도하며 이것이 ‘트럼프 효과’일 수 있다고 밝혔다. 당시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으로 고조됐던 한반도의 긴장감이 채 가라앉지 않았던 시점이다. 그러나 트럼프 본인이 북한과의 대화를 이야기하며 보다 온건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공화당이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에서 단일노선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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