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1층 환영식장 그림 '북한산'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판문점 공동취재단>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설마’하는 반응이 많았다. ‘냉소’적인 평가도 적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장한 ‘한반도 항구적 평화체제’와 ‘운전자론’을 두고서다. 하지만 취임 1년 후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물론 북미정상회담에서의 비핵화 합의, 주변국들의 동의 등 넘어야할 산은 아직 많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가 눈앞에 다가왔다는 점은 분명하다.

취임 초기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집중한 사안은 무너진 외교라인 복구였다. 2016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정부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탄핵정국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외교는 중단됐다. 이에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한미정상회담 개최를 시작으로 G20 등 외교행보에 나섰다.

◇ ‘코리아 패싱’서 ‘위대한 협상가’로 재평가

특히 북핵 문제와 관련해 ‘평화적 해결’을 누누이 강조했다. 만났던 모든 정상들에게 이 부분을 빼놓지 않고 전달하고, 지지와 응원을 당부했다. 북한을 향한 평화의 메시지를 보내는데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지난해 6.15선언 17주년 기념식을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중단시 대화의사를 표명했고, 7월 독일 쾨르버재단 초청연설에서는 남북이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고 공존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베를린 선언’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평화적 해결'이라는 메시지를 내놨지만 당시에는 냉소적인 반응이 주류를 이뤘었다.

그럼에도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은 계속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분노와 화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군사적대응을 예고했다. 북미 간 극단적 발언 속에 문재인 대통령의 목소리는 묻힐 수밖에 없었고, 일각에서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이라며 비꼬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평화적 해결’에 끈을 놓지 않았고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대화국면에서 큰 힘을 발휘, ‘4.27 판문점선언’으로 이르게 됐다.

물론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과 북미 간 합의가 이뤄져야 하고, 이후 다자간 정상회담에서 ‘항구적 평화체제’에 대한 당사국들의 확고한 약속이 필요하다. 김정은 위원장은 물론이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지만 여전히 살얼음판 상황임은 분명하다. 어느 때보다 기대가 높지만, 이와 비례해 문재인 정부의 부담감이 커지는 이유다.

◇ 일자리창출과 경기부양은 아쉬운 대목

‘적폐청산’도 빼놓을 수 없는 업적이다. 검찰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수사에 착수했고, 각 정부부처는 TF를 출범시켜 자정노력에 나섰다. 특히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을 통해 946개 기관 4,788건의 비리를 적발, 부정합격자 퇴출과 피해자 구제를 시작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한 사회에 만연한 ‘갑질’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프렌차이즈 갑질 신고포상금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다소 아쉬운 대목도 있다. 먼저 문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였던 개헌과 지방선거 동시투표가 무산된 점이 거론된다. 사실상 첫 공약파기다. 다만 무산된 이유가 야권의 강한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일자리 창출과 내수경기 활성화도 다소 부족한 점으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강조하고 있지만, 소상공인들로부터 전해지는 체감경기는 좋지 않다. 일자리 역시 과거 정부와 비교해 특별히 긍정적인 지표가 나오지 않고 있다. 청와대도 ‘문재인 정부 1년 보고서’에 아쉬운 항목으로 ‘청년일자리’ 등을 꼽고 있다.

취임 1주년을 맞는 문 대통령은 소박하고 간소하게 보낼 예정이다. 취임 1주년 기념식이나 기자회견 등 거창한 행사 없이 서류를 검토하며 국정운영에 매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취임 1주년 전날인 9일에는 한일중 정상회의가 일본에서 개최될 예정이어서, 들뜨기 보다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1주년을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3일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정부는 취임 1년 동안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왔다”며 “오는 10일이면 1주년이 되는데 소박하고 간소하게 이날을 준비하고 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문 대통령은 빼곡이 쌓인 서류와 씨름을 할 것이고, 참모들은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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