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청와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관련 국민청원 내용을 법원행정처에 전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청원과 이에 대한 청와대 답변 내용 등의 단순한 사실고지 차원이었으나, 그 자체만으로도 법원에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4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월 말 이승련 대법원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청와대 국민청원 내용을 전달했다. 청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 재판을 맡은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파면하라는 내용이었다. 정형식 부장판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석방한 바 있다.

다만 전화통화에서 정형식 판사에 대한 청와대의 특별한 지시나 지침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월 22일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이 법원행정처 이승련 기조실장에게 전화해 ‘이런 청원에 대해 답변했다’는 사실만 간단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전달형식은 서로 간에 부담이 될 수 있어 문서로 남기지 않고 전화통화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화에서 청와대는 “알려드리는 게 전부이며 어찌하라는 내용은 절대 아니다”라는 점을 잘라 말했다고 한다. 이승련 기획조정실장도 “국민청원 내용을 단순히 알리고 전달하는 수준으로 전화했던 것”이라고 같은 취지의 말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권 침해가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특별한 지침이 없는 단순 사실의 전달이라고 해도 사법부 입장에서는 무언의 압력으로 느낄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다. <동아일보>는 “청와대와 대법원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판사들은 판사 파면 청원을 전달한 것 자체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20만명 이상이 서명한 청원에 대해 원칙적인 입장을 밝히고 절차를 밟았을 뿐 사법권 침해는 전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혜승 뉴미디어비서관은 답변에서 “삼권분립에 따라 현직 법관의 인사와 징계에 관련된 문제는 청와대가 관여할 수 없으며, 관여해서도 안 된다”고 말한 뒤, “법관의 비위사실이 있는 경우, 징계가 가능한데 이는 사법부의 권한으로 이번 청원의 내용을 법원 행정처로 전달할 예정”이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청원이 들어왔는데 청와대에서 처리할 수 없는 것이 왔고, 법원에 청원 내용이 들어왔으니 통지를 해준 것”이라면서 “그것이 왜 삼권분립에 위배되느냐”며 사법권 침해가 아님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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