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송은이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일이 없어 엑셀(표 계산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공부를 시작했던 데뷔 26년 차 개그맨 송은이가 백상예술대상 ‘예능상’ 수상자가 됐다. 콘텐츠 기획자이자 개그맨, 프로젝트 걸그룹 멤버까지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송은이의 전성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송은이는 지난 3일 열린 제54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TV 부문 여자 예능상을 수상했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 콘텐츠랩 비보 웹 예능 ‘판벌려’ 등을 통해 예능인으로서뿐만 아니라 프로듀서로서의 능력을 뽐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데뷔 후 처음으로 초대된 백상에서 얻은 값진 결과다.

1993년 KBS 특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송은이는 활발한 활동을 펼쳤지만 2012년 KBS 2TV ‘무한걸스’를 끝으로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송은이와 절친한 사이인 개그맨 김숙이 2016년 1월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송은이가 일이 없어서 적성검사를 했는데 사무직이 나왔다”며 “그래서 지금 43세 나이에 엑셀을 배우고 있다”라고 밝힌 ‘웃픈’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그러나 송은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팟캐스트, 유튜브 등 상대적으로 비주류인 플랫폼에서 자신만의 콘텐츠를 꾸준히 쌓아가며 기획자로 활동 반경을 넓혀나갔다. 송은이는 김숙과 함께 진행했던 팟캐스트 ‘비밀보장’과 코너 중 하나였던 ‘영수증’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그 결과 SBS 라디오 ‘언니네 라디오’와 KBS 2TV ‘김생민의 영수증’으로 공중파에 입성해 진가를 인정받았다.

송은이가 후배 개그맨들과 결성한 프로젝트 걸그룹 셀럽파이브 (왼쪽부터) 김영희·안영미·김신영·송은이·신봉선<송은이 인스타그램>

또 송은이는 웹 예능 ‘판벌려’를 직접 제작해 호평을 얻었다. 후배 개그맨(신봉선·김영희·김신영·안영미)과 결성한 프로젝트 걸그룹 셀럽파이브는 등장과 동시에 큰 화제를 모으며 음악과 예능 프로그램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다.

송은이는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놀이터에서 혼자 놀면 재미없지 않냐”라며 “가능한 할 수 있다면 더 많은 동료들과 함께 열심히 놀고 싶고 판을 벌리고 싶고 앞으로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외국 방송에서 여자 코미디언 둘이서 진행하는 그림도 많이 있던데 그런 자리가 생긴다면 열심히 응원하고 시청하도록 하겠다”며 여성 예능인들을 향한 진심 어린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송은이는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는 센스 있고 편안한 진행 실력을, 팟캐스트와 웹 예능을 통해서는 탁월한 기획력과 후배들의 장점과 재능을 끌어내는 진정한 리더십까지 발휘하며 예능인 그 이상의 몫을 해내고 있다. 특히 그는 자신이 주목받는 것보다 후배들, 그리고 여성 예능인과 함께 할 수 있는 ‘새로운 판’을 짜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내고 있다. 송은이가 ‘사무직 직원’이 아닌 ‘예능인’으로 남아있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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