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조나리 기자]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간의 법정분쟁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두 회사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가다. 현재 국내에서 진행 중인 재판이 종결되는 대로 한쪽은 경제적으로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메디톡스가 미국에서 제기한 대웅제약과의 소송이 종결되자 두 회사가 각각 자사에게 유리한 해석을 내놓는 등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 “보톡스 균주 밝혀라” vs “밀반입 경위 먼저”

양사의 갈등은 2016년 말 메디톡스가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보톡스) 균주를 대웅 측이 도용했다며 대웅제약의 나보타 균주 출처를 밝히라고 요구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 측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메디톡스가 경쟁사의 미국 진출을 방해하기 위해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보툴리눔 톡신의 핵심 기술력은 균주 출처가 아닌 단백질 분리 정제라며, 균주와 관련해서도 국내와 미국 FDA에서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대웅제약은 나아가 오히려 메디톡스의 균주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촉구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11월7일 보도자료를 내고 “미국 위스콘신 대학에 있던 양규환 박사의 인터뷰에 따르면 양 박사는 1978년 부툴리눔 균주를 가방에 몰래 싸왔다고 했다”면서 “이는 당시 법에서 금지하는 생물무기에 해당되는 균주를 밀반입한 것으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허가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반격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된 균주는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존재하고 있다”면서 “메디톡스는 2013년 9월 앨러간과 기술수출계약을 체결한 이후 3년간 아무런 개발 및 사업화, 임상실험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는 경쟁사를 흠집 내고 상대 회사들의 핵심기술력을 탐색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후에도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측의 기자간담회 및 반박발표가 반복됐다. 결국 메디톡스는 지난해 6월 “대웅이 결백하다면 균주 염기서열을 공개하면 된다”며 대웅을 상대로 미국에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법원은 사건이 한국에서 벌어진 만큼 한국 법원의 판단을 따르라고 주문, 메디톡스는 지난해 10월 서울지방법원에 대웅과 대웅제약을 상대로 손배소송을 제기했다.

대웅제약은 이에 대해 “메디톡스의 경쟁사 음해가 도를 넘어섰다. 이는 대웅제약이 미국 FDA 승인을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며 “메디톡스야 말로 결백하다면 절취의혹의 균주 출처에 대해 국가기관의 검증을 받으면 된다”고 맞받아쳤다. 아울러 대웅 측은 국내소송을 통해 진실을 밝히고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물겠다고 강조했다.

◇ 나보타, 연내 FDA 승인 전망... 소송은?

실제로 나보타는 출시 4년 만에 미국 FDA 승인을 코앞에 두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FDA의 나보타 허가는 이르면 늦어도 올해 하반기에 가능할 전망이다. 나보타는 현재 14개국에서 판매허가를 획득했고, 40개 국 이상에서 허가 및 임상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또 지난 4월26일부터 5월1일까지 열린 미국미용성형외과학회와 중남미피부과학회에서 ‘나보타’의 최신 임상 결과를 발표하고 보톡스와의 비교 시술 시연을 벌이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국내 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재판결과에 따라 나보타의 향방도 엇갈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법원은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에 제기한 민사 소송에 대해 최종 각하 판결을 내렸다. 다만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에 대한 소송은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대웅제약 측은 지난 2일 “메디톡스와의 미국 민사소송이 종결됐다”면서 “미국 법원은 메디톡스가 제기한 영업비밀 관련 소송이 한국법원에서 다툴 문제라고 판단했다. 대웅제약은 한국에서 소송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진실을 명백히 밝히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메디톡스는 미국 법원의 각하판결이 최종적인 결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메디톡스는 “미국 법원이 ‘재소가 허용된 각하 결정’을 내렸다”면서 “한국 판결에 따라 다시 미국에서 소를 제기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만약 한국에서 대웅제약이 불리한 결과가 나올 경우, 메디톡스가 미국에서 다시 손해배상을 제기한다면 대웅제약은 막대한 배상책임을 물게 된다. 미국 법원의 판결이 종국적이냐 아니냐를 두고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지난 2일 맥쿼리 증권이 메디톡스의 해석에 손을 들어줬다. 다만 중요한 미국 법원이 메디톡스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맥쿼리 증권은 지난 2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법원의 각하 결정은 절차상의 판결일 뿐, 어느 한쪽의 편을 든 것이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대웅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도용했는지 안했는지에 대한 소송이 한국 법원에서 진행 중이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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