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가을이 오기 전에 기준금리를 인상할지 주목되고 있다. 사진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채권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의 4일 자료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국고채 5년물의 금리는 2.486%로 3월 대비 5.9bp올랐다. 10년물과 20년물, 30년물의 금리도 8.3~8.9bp 상승해 중장기물의 금리가 일제히 올랐음을 알렸다. 한편 국고채 10년물을 기준으로 장기적 금리동향을 조사한 자료에선 최근 6,7개월여 간 국채금리가 꾸준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 미국 ‘6월 인상’ 확실시… 금리인상흐름 뚜렷해

국내 채권금리가 오른 가장 큰 원인은 미국의 중앙은행에 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지난 3월 회의에서 기준금리 0.25%p 인상을 의결했으며, 시장은 오는 6월 12~13일(현지시각)로 예정된 다음 회의에서도 FOMC가 금리를 인상하리란 것을 기정사실화한 모양새다. 미국의 시장분석사이트 ‘investing.com'은 6월 회의에서 FOMC가 기준금리를 1.75~2%로 인상할 확률을 지난주까지 93.8%, 이번 주부터는 100%라고 단언하고 있다. 또한 8월과 9월 회의에서 금리가 다시 인상될 가능성도 각각 6.2%와 76%로 산정해 4달 뒤까지 기준금리가 두 차례 오를 확률이 굉장히 높다고 알렸다.

예상보다 빠른 금리인상전망은 ‘강한 달러’ 현상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즈음부터 관측됐던 약한 달러 현상은 연초에 최고조에 달했지만, 블룸버그가 발표하는 달러 인덱스는 5월 8일 현재 92.81로 2월보다 2p 가량 높다. 4월 중순부터 완만한 상승세를 그린 결과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상승하고 달러가치가 오르게 되면 그만큼 미국시장을 찾는 투자자들도 많아진다. 일반적으로 자산이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이동하는 것은 불안한 금융시장이라는 약점을 상쇄할 수 있는 수익률 때문이지만, 고금리의 이점이 사라질 경우 이와 같은 자금흐름도 동력을 잃는다. 신흥국 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는 ‘금리역전현상’이 투자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이유다.

◇ 한미 금리격차 더 벌어질 수 있어

외국인 투자자본의 유치가 중요한 신흥국들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인위적으로 마련한 조치들을 내놓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반응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르헨티나다. 아르헨티나중앙은행은 지난 3일 기준금리를 3%p 인상했으며, 4일엔 다시 6.25%p 올렸다. 이로서 아르헨티나의 기준금리는 현재 40%까지 높아진 상태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통화가치가 떨어지는 현상만 보느라 논리학과 경제학 교재는 살피지 않은 정책”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국 또한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자본유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국가들의 범주에 속하지만, 상대적으로 튼튼한 경제기반 덕분에 위험도는 훨씬 낮다. 경상수지와 신용등급 등 각종 지표들이 양호하며, 최근 대북관계가 정상화되고 있다는 점도 외국인투자유치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한미 금리격차보다 수출증가율·실업률 등의 거시경제 데이터들이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하는데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예상보다 빠른 미국의 금리인상속도는 변수가 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1.5%다. 시장의 예측처럼 미국이 오는 9월까지 기준금리를 2~2.25%로 높일 경우 양국의 금리격차는 최대 0.75%p까지 벌어지며, 연준이 연내 4회 인상 시나리오를 행동으로 옮길 경우엔 1%p 차이도 가능하다. 좌시하고만 있긴 어려운 금리격차다.

한국은행의 다음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는 7월 12일과 8월 31일로 예정돼있다. 각각 6·7월 FOMC 회의 결과와 그에 따른 시장의 변화까지 분석할 여유가 있는 시점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