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안태근(왼쪽) 전 검사장의 첫 재판이 오는 18일 열린다. 안 전 검사장과 성추행 사건의 진상규명과 피해회복을 위한 진상 조사단(조희진 검사장)간의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견된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이달 중 안태근 전 검사장을 비롯한 검찰 내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검사들의 재판이 일제히 열린다. 안 전 검사장의 재판의 쟁점은 성추행 이후 피해자에 대한 보복인사 조치다. 안 전 검사장은 성추행 이외 혐의들을 전면 부인하고 있어 향후 ‘검찰 대 검찰’의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서 검사가 주장했던 여러 혐의들 대부분이 무혐의처분으로 결론이 남에 따라 ‘자체조사 한계’ 논란을 돌파하기 위한 검찰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 “부당 인사 없어” vs “입증 자료 확보”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를 성추행하고 이후 인사상 불이익을 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안태근 전 검사장의 첫 재판이 오는 18일 열린다. 사건을 조사한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이하 조사단)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안 전 검사장과 치열한 법리공방을 예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이상주 부장판사)은 18일 오전 10시20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안 전 검사장의 첫 재판을 진행한다. 형법상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으로,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강요죄와 함께 가장 많이 적용된 혐의이기도 하다.

조사단에 따르면 안 전 검사장은 2010년 10월 서 검사를 성추행하고, 2015년 8월 통영지청으로 발령해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안 전 검사장이 서 검사를 부당 전보하도록 인사 담당 검사에게 이를 지시했다는 설명이다. 서 검사는 수차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인사조치가 자신이 당한 성추행 사건과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조사단 역시 이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단은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한 성추행 건은 제외하고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안 전 검사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안 전 검사장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재판부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안 전 검사장이 혐의를 적극 부인하는 것도 영장 재판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조사단은 안 전 검사장으로부터 인사 불이익을 인정할 만한 진술은 확보하지 못했다.

다만 서 검사에게 내려진 이례적인 인사 조치와 증거 자료, 간접 진술 등의 확보를 통해 혐의를 입증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조사단은 경력 10년 이상인 검사를 지방검찰청 산하 지청에 발령한 것은 서 검사 사례가 유일하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이에 재판 과정에서 안 전 검사장이 인사에 개입한 정황과 관계자들의 진술이 공개될 시 검찰 내 인사시스템에 대한 개선 목소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조사단도 지난 4월26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검사 인사 기준이 평가를 받는 검사에게도 비공개로 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인사 관련 의견을 소통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를 촉구했다. 아울러 대검 내 성폭력 예방지침 개정과 검찰 내 성 비위 사건 입건 기준 마련을 위한 의견도 제시했다.

‘서지현 검사를 지지하는 여성 국회의원 모임’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서지현 검사가 검찰 성추행 진상조사단의 문제점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남은 의혹도 수두룩... ‘제 식구 감싸기’ 논란 불가피? 

안 전 검사장 기소로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조사단은 공식 해단했지만, 재판은 수사를 진행했던 검사가 그대로 맡는다. 하지만 서 검사와 ‘법무부 성범죄·성희롱 대책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비판, 부실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위원회는 서 검사의 고발 이후 외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법무부 내 성범죄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됐다.

서 검사는 당초 조사단에 ▲안 전 검사장의 성추행과 안 전 검사장의 인사개입 ▲성추행 사건 당시 감찰 과정에서 은폐 시도 ▲서 검사에 대한 표적성 사무감사 ▲서 검사의 고발 후 조직 내 2차가해 등의 수사를 요구했지만, 이 중 조사단이 기소한 혐의는 인사개입 뿐이다. 특히 서 검사에게 부당한 인사개입을 하기 위해 이뤄진 표적성 사무감사와 관련해서는 셀프 수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조사단 발족 후 조사단장인 조희진 검사장이 2014년 서 검사의 사무감사 결제에 관여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서 검사 측은 조희진 검사장의 조사단 사퇴와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지만 조사단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조희진 검사장의 사무감사 결제에 대해서도 형식적인 절차였을 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위치가 아니었다고 조사단은 해명했다.

위원회는 지난 4일 보도자료를 내고 “피해자인 서 검사가 표적성 사무감사를 당한 의혹 등을 공정하게 조사하라는 의견을 전달했으나 철저한 조사가 이뤄졌는지에 대해 여전히 의문이 있다”면서 “조사단의 수사결과는 검찰 내부의 문제에 대해 검찰의 자체적인 조사나 진상규명은 한계가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사단이 안 전 검사장에게 직권남용죄만 적용해 기소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여전히 남아있는 의혹에 대해서도 추가 사실관계가 밝혀질지 주목된다. 다만 선종문 썬앤파트너스 변호사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피해자가 여러 피해사실을 주장하더라도 결론적으로 1개 혐의만 적용돼 기소됐다면 나머지 의혹들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판단할 권한이 없다”면서 “물론 피해자가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할 순 있지만 안 전 검사장의 형량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진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전 검사장이 인사조치에 대해서도 재량권 내에서 행사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를 깨기 위한 공방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실상 검찰 내부에서 부당 인사개입을 증언할 상황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조사단이 수집한 수사결과에 따라 유무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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