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순 마사회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6대 혁신과제’를 발표했다. <마사회 제공>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올해 초 취임한 김낙순 마사회장이 ‘6대 혁신과제’를 발표했다. 각종 논란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았던 마사회를 환골탈태시키기 위해 칼을 빼든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내용이라 할 수 있는 적폐청산 및 윤리성 강화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거나 구체적 내용이 발표되지 않았다. 김낙순 마사회장의 혁신 의지에 물음표가 붙는다.

◇ 수익성→공공성, 방향 바꾼 마사회

“마사회는 달라질 것이고, 달라져야 한다.”

지난 1월 19일 취임식에서 밝힌 김낙순 마사회장의 일성이다. ‘국민 마사회’로 돌아가기 위한 혁신을 강조한 그는 3월초 국민공감혁신TF를 신설해 혁신 방안 마련에 나섰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지난 3일 ‘6대 혁신과제’가 발표된 것이다.

마사회가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6대 혁신과제는 △말산업 육성 선도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회 공헌 기능 강화 △건전한 놀이문화 조성 △경마 이용자 보호 적극 추진 △장외 발매소 운영혁신 △기관 윤리성·준법성 강화 등이다. 마사회는 이를 위해 2020년까지 1,948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이번 혁신과제의 핵심은 김낙순 마사회장이 취임 이후 늘 강조해왔던 ‘공익성 및 공공성의 실현’에 있다. 수익성보단 공익성 및 공공성에 무게를 두는 쪽으로 지향점을 바꾼 것이다. 이는 큰 틀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변화다.

마사회는 이와 관련해 “말산업 규모를 2020년까지 3조6,500억원으로 확대해 국가 경제 기여도를 높일 방침”이라며 “승마인구를 현재의 4만9,000명에서 50% 증가시켜 아시아 최고 수준인 7만5,000명까지 육성하고, 거점형 직영 승마장을 설치해 재활승마와 힐링승마를 실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부실한 ‘6대 혁신과제’, 적폐청산 의지 실종?

하지만 김낙순 마사회장의 ‘6대 혁신과제’는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우선, 발표시점 및 내용이다. 마사회는 ‘6대 혁신과제’를 보도자료 형태로만 발표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는 물론, 자료도 없었다. ‘6대 혁신과제’의 항목과 대략적인 목표만 제시됐을 뿐이다. 왜 해당 혁신과제를 선정했는지, 어떤 방법을 통해 실현시켜 나갈 것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다. “과제 별 세부사업의 구체적 추진계획을 5월 중으로 확정해 추진할 계획”이란 설명만 덧붙여졌을 뿐이다.

마사회 혁신의 중요성에 비하면, 이러한 발표는 부실하게 느껴진다. 더욱이 이번 발표가 있기까지 ‘김낙순 호’ 마사회는 약 3개월의 준비기간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지 않은 채, “추후 확정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미룬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6대 혁신과제’는 김낙순 마사회장의 취임 100일을 맞아 발표됐다. 구체적 혁신방안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취임 100일’이란 상징성을 위해 ‘보여주기식’ 발표에 나선 것은 아닌지 의문이 제기된다.

또한 적폐청산에 관한 내용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마사회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며 ‘적폐 공기업’이란 비판을 받았다. 삼성이 최순실에게 부정한 자금을 건네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것이다. 또한 마사회 소속 승마감독이 정유라를 지원하기 위해 독일로 건너가는 등 각종 특혜 정황 및 의혹도 제기됐다.

그보다 앞서 벌어졌던 마사회의 용산화상경마장 관련 논란들도 전형적인 ‘적폐’와 맞닿아 있었다. 애초에 주민 반대를 묵살한 채 개장을 강행했을 뿐 아니라, ‘카드깡 비자금’을 투입해 찬성집회 참석자를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반대주민에 맞서 ‘맞불집회’를 벌였던 보수단체를 우회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마사회의 ‘적페 공기업’ 이미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당한 이후에도 계속됐다. 황교안 권한대행이 이양호 전 마사회장을 임명하면서 ‘알박기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이후 이양호 전 마사회장은 대구시장 출마를 위해 1년여 만에 사의를 표했다.

이밖에도 마필관리사들의 비정상적 근무환경 역시 우리 사회의 전형적인 적폐 중 하나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내 각 기관에서는 적폐청산을 위한 노력이 분주하게 이어졌다. 책임자를 색출해 처벌하는 ‘보복식’이라기 보단, 과거의 과오를 바로잡고 반복되지 않도록 반성하는 적폐청산이었다.

반면, 마사회는 이러한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용산화상경마장 폐쇄를 결정했지만, 그 과정에서 벌어진 각종 논란에 대한 진상규명이나 사과는 없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이름을 올린 데 따른 반성도 마찬가지였다.

김낙순 마사회장은 취임식 당시 “적폐 공기업으로 낙인 찍혔지만, 이유도 책임도 묻지 않겠다. 마사회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꼭두각시가 되길 자처한 경영자와 입신의 도구로 활용한 일부 추종 세력이 문제였기 때문”이라며 “다만 잘못된 부분에 대해 용기 내 말하지 못한 책임은 부끄러워해야 하고,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김낙순 호’ 마사회는 어떠한 용서도 구하지 않았다. 용서를 구하는 일은 과거의 잘못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반성하는데서 출발한다. 이러한 과정이 없다면, 제 아무리 공공성이 회복된다한들 국민에게 사랑받는 마사회가 되긴 어렵다.

김낙순 마사회장은 취임 당시 낙하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국회의원 출신인 그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도 활동한 경력이 있다. 그동안 걸어온 행보 역시 마사회 CEO로서 요구되는 전문성에 부합하지 않는다. 우리사회 적폐 중 하나인 ‘낙하산’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어쩌면 이러한 약점으로 인해 ‘마사회 적폐청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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