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의 호황은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호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을 제시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말 당시 올 1분기 이후 하락세가 예상된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반년 만에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증권사 분석보고서의 입김은 세다. 글로벌 기업에서 분석한 보고서의 경우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높아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다.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의 주가를 흔들 정도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국내 증권사와 대조되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올해 반도체 산업이 하락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모건스탠리와, 올해도 호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국내 증권사의 시각 차이였다. 그런데 최근 모건스탠리가 입장을 선회했다. 반년 만에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 모건스탠리 ‘시장 하락세’ vs 국내 증권사 ‘호황 견조’ 

국내 증권사들이 내놓은 올해 반도체 산업의 전망은 긍정적이었다. 올해 역시 반도체 호황은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경우 “2018년 반도체 시장은 호조”라며 “하반기 메모리 가격 약세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타이트한 수급 상황에서는 강도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된다. 연간 DRAM 업황의 호조세는 지속될 전망이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시티그룹 역시 클라우드 컴퓨팅 등이 확대되면서 올해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호황이 이어진다는 판단이었다.

반면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의 의견은 달랐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말 보고서를 통해 올해 반도체 산업 전망을 부정적으로 분석했었다. 당시 모건스탠리는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 속도도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반도체 고점론’을 제시하며 반도체 가격이 이미 정점을 찍어 올해는 하락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모건스탠리의 전망과 달리, 삼성전자는 올 1분기 반도체 부문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55%가 반도체 사업에서 나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부 실적을 공개하며 “계절적 비수기에도 서버 중심의 수요 강세 영향으로 시황 호조세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2분기 역시 서버 수요 강세 지속과 모바일 시장 수요 회복으로 견조한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인 인텔의 1분기 실적도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인텔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9% 증가한 161억달러(약 17조2,100억원)를 기록했다. 시장예상치인 151억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 모건스탠리, 입장 선회 “반도체 호황 계속된다”

최근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업황에 대한 입장을 선회했다. 당초 올 1분기 이후 반도체 산업이 하락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었지만, 최근 반도체 산업의 호황이 이어진다는 상반된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물론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는 만큼 산업 전망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또, 증권사 보고서의 전망이나 분석이 맞거나 틀릴 수도 있다. 그러나 증권사 보고서가 주주들을 비롯해 기업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끼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모건스탠리의 ‘달라진 보고서’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실제 미국계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금융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모건스탠리가 발표하는 보고서에 따라 기업의 주가가 변동되기도 한다.

반도체 업계 1위 기업인 삼성전자도 모건스탠리의 보고서에 영향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11월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2016년 1월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코스피가 30% 오를 때 120% 올랐다”며 “삼성전자 주가는 최고가에 근접했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는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조정, 목표주가도 10만원 내렸다. 결국 삼성전자의 주가는 모건스탠리의 부정적인 보고서 발표 이후 전날 대비 5.08% 급락한 263만2,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가장 큰 폭의 하락이었다.

반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최근 모건스탠리 보고서 이후 주가가 상승했다. 모건스탠리는 마이크론의 주가가 올해 지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크론의 주가는 지난 9일 전일 대비 5% 이상 급등해 51.01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삼성전자와는 반대로 수혜를 입은 셈이다. 이날 마이크론뿐 아니라 인텔, 엔비디아, 램리서치 등의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모건스탠리의 최신 보고서는 국내 반도체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SK하이닉스의 지난 10일 주가는 전일 대비 2.88% 상승한 8만5,8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11일 역시 전일 대비 소폭 증가한 8만6,1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모건스탠리는 반년 만에 올해 반도체 산업의 호황을 인정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분석이 옳았다는 의미이자, 증권사 보고서가 투자자 및 기업에 미칠 영향력을 고려할 때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사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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