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이 개통됐지만 시험통화 이외에 한 차례도 벨이 울리지 않고 있다. <청와대 제공>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핫라인 통화가 늦어지고 있다. 남북정상 간 핫라인은 지난 달 20일 첫 설치와 시험통화 이후 단 한 번의 벨소리 없이 개점휴업 중인 셈이다. 오는 22일 예정된 한미정상회담 전후로 통화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확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핫라인 통화는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한 차례 이뤄질 것으로 예측됐었다. 청와대 역시 확답을 하진 않았지만, 역사적인 정상 간 핫라인이 만들어진 만큼 비슷한 관측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좀처럼 핫라인 통화 소식은 나오지 않았고, 청와대는 슬그머니 “남북정상회담 전후로 이뤄지지 않겠느냐”며 통화시기를 뒤로 연기했다.

남북정상회담이 성공리에 마무리 됐지만, 여전히 정상 간 통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잡히면 그 뒤에는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이마저도 확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북미정상회담 장소와 일정이 발표된 지난주 핫라인 통화를 예상했으나 현실화되진 못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핫라인 설치에 비상한 관심을 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더욱 의아한 대목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핫라인을 통해 전화하면 바로 통화가 가능한 것이냐”고 물었다. 현재 핫라인은 청와대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회에 각각 설치된 상황이다.

청와대는 핫라인 자체의 ‘특성’을 이유로 설명하고 있다. 타국 정상들과 통상적으로 주고받는 전화통화와 핫라인을 동일선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는 게 요지다. 즉 남북 간 일촉즉발의 상황이 발생했거나, 긴급하게 조율이 필요한 사안이 있을 때 이용하는 게 핫라인이라는 얘기다. 반대로 해석하면, 현재까지 남북 정상 간 긴급하게 조율이 필요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특별한 상황이 발생한 게 아니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14일 취재진과 만난 청와대 관계자는 “핫라인은 일반적인 정상통화와는 다른 개념으로 남북 정상 간 내밀한 이야기가 있을 때 하는 것”이라며 “시점을 정하고 하는 게 아니며, 빨리 통화를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핫라인 통화 가능성은 오늘도 열려 있지만, 통화를 위한 통화나 타이밍 보다는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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