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정부가 2년차를 맞이해 ‘권력형적폐’ 청산을 넘어 ‘생활적폐’ 청산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1년차 적폐청산이 주로 권력형 부정부패나 취업청탁 등 공적분야에 한정했었다면 2년차 부터는 ‘민간’분야로 범위를 넓혀나가겠다는 의미다.

적폐청산을 주도하는 기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 1년간 청와대는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분야별 적폐사안 파악 및 진상조사를 실시해왔다. 이에 따라  각 부처는 ▲국정원 정치개입 ▲문체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교육부 국정교과서 ▲외교부 한일위안부 합의 등의 진상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이밖에도 검경 과거사위원회를 통해 김근태 고문은폐 등 16건의 진상조사가 진행 중이며, 국방부 과거사위원회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5.18 광주항쟁 발포명령 조사를 하고 있다.

◇ ‘생활적폐’ 청산으로 확대

아울러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화하는 것에도 신경쓰고 있다. 예를 들어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위해 비검사 출신도 검찰국장을 제외한 모든 실·국장 직위에 보임이 가능하도록 직제를 개편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청산의 목적은 공정하지 않고 정의롭지 못한 정책과 제도와 관행을 바로잡는데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적폐청산과 부패척결이라는 시대적 과제의 주무부서인 민정수석실은 법과 원칙에 따라 이 과제를 추진해 왔다”며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여전히 갈길이 멀다. 부족함과 한계를 극복하고자 마음을 벼리고 신발끈을 조인다”고 각오를 다졌다.

향후 추진 방향은 ▲권력형적폐 청산 및 예방 ▲생활적폐 청산으로 확대 ▲제도혁신 및 시스템 개혁 등 세 가지다. 이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생활적폐 청산’이다. 권력형적폐 청산과 제도개혁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시작했지만, 생활적폐 청산에 나서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민정수석실의 설명에 따르면 ‘생활적폐’란 채용비리·학사비리, 토착비리, 공적자금 부정수급, 재개발·재건축 비리, 불공정·갑질행위 등 민간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적폐’들이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 당시 “채용비리, 우월지위를 이용한 갑질문화 등 생활 속 적폐를 반드시 근절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 역외탈세 등 조사 위한 범정부기구 설치

조국 민정수석(우)이 백원우 민정비서관(좌)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장에서 긴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적폐청산의 칼날이 민간분야로 향하자 대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이나 불공정 행위, 갑질행위 등과 직접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고위 관계자는 14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공정위를 통해 지난 1년 동안 대기업에 경고를 했다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실력행사를 할 것이라는 의미로 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며 “특히 건설업계는 하도급 문제 등이 얽혀있어 대부분의 기업들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문 대통은 재벌총수들을 직접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역외탈세나 해외은닉재산에 대한 조사를 위해 국세청, 관세청, 검찰 등 관계기관이 함께하는 해외범죄수익환수합동조사단 설치를 지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최순실 등의 해외은닉재산 조사 및 환수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지만, 문 대통령이 “최근 사회지도층”이라고 언급한 대목에서 범위는 더 넓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몇몇 대기업 총수들에 대해 역외탈세 혹은 해외재산은닉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사회지도층이 해외소득과 재산을 은닉한 역외탈세 혐의들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며 “적폐청산 일환으로 검찰이 하고 있는 부정부패 사건과 관련해서도 범죄수익 재산이 해외에 은닉돼있다면 반드시 찾아내어 모두 환수해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불법 해외재산 도피는 활동영역이 국내외에 걸쳐 있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치밀하게 행해지기 때문에 어느 한 부처의 개별적인 대응만으로 한계가 있다”면서 “국세청 관세청 검찰 등 관련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해외범죄수익환수합동조사단을 설치해 추적조사와 처벌, 범죄수익환수까지 공조하는 방안을 강구하라”며 범정부차원의 강력대응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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