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이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국회의원의 사직서 처리를 위해 본회의를 열겠다고 밝힌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로텐더홀에서 드루킹 특검을 주장하며 시위를 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보며 논의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현역 국회의원 4명의 사직서 처리 시한인 14일, 국회는 바쁘게 돌아갔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의 합의 불발에도 국민 참정권 침해를 우려해 오후4시 '원포인트' 본회의 소집을 통보했다. 이후에도 여야 협상은 진전을 보지 못했고 결국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민주평화당이 본회의 전원 참석을 결정하면서 의원 사직서 처리를 위한 정족수가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평화와정의) 원내대표들은 이날 오전 정 의장 주재로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지만 합의를 보지 못했다. 한국당·바른미래당은 본회의를 열 경우 ‘드루킹 특검법’도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일단 의원 사직서를 처리한 후 특검법은 따로 논의하자고 주장했다. 원내대표 협상 불발 후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들이 오후부터 회동을 이어갔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본회의 개의 시간이 한 차례 늦춰지면서 여당인 민주당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의원 사직서는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수리된다. 현재 재적 국회의원은 292석이기 때문에 146명 이상이 본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지방선거 출마로 지역에 내려가있던 광역단체장 후보자들까지도 국회로 집결했다. 장관직을 겸하고 있는 의원들도 예외는 없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민주당(121석)·민주평화당(14석)·정의당(6석)·민중당(1석)과 바른미래당 비례의원 3석(박주현·이상돈·장정숙), 무소속 3석(정세균·손금주·이용호)을 더하면(148석) 과반을 넘길 수 있지만, 평화당이 본회의 참석 여부를 당론으로 강제하지 않고 의원 개개인의 판단에 맡기기로 하면서 변수가 될 가능성이 점쳐졌다. 이에 민주당은 반대로 돌아선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대신 평화당과 협상을 이어갔다.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홍영표 원내대표와 진선미 원내수석부대표가 추가로 평화당과 협상을 더 하기로 했다”며 “평화당과 협조해 정족수 문제를 풀기로 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정의당·민중당은 일단 오후5시를 넘긴 시각 본회의장에 입장하기 시작했다. 무소속인 강길부·손금주 의원도 참석했다.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드루킹 특검 동시처리’를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 중인 한국당은 강경한 입장을 이어갔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지금 협상방식은 ‘화전양면’ 전술이다. 한쪽으론 수석 협상에 응하면서 한쪽으론 국회의장을 압박해 본회의장에서 과반 성원을 이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인데 북한 전술과 똑같다”며 “절대 성원이 되지 않으리라 본다. 우리는 5월 국회 정상화를 통해 민생경제 법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하고 특검법을 관철시키겠다. 추경과 함께 여러 현안들이 함께 처리될 수 있길 끝까지 희망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김성원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청와대 민주당은 댓글 공작특검 즉각 수용하라” “의회 독재 협치 파괴 민주당은 각성하라” “특검법 없는 본회의 강력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상황은 평화당이 의원총회에서 본회의 참석에 협조하기로 하면서 급반전됐다.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의총 결과 브리핑에서 “앞으로 처리할 추경안에 군산지역 경제위기 상황과 관련해 군산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반영하겠다는 약속, 5월21일에 특검과 추경을 동시처리한다는 약속을 홍영표 원내대표로부터 받았다”며 “당연히 처리돼야 하는 의원 사직서 문제와 새로 임명 받은 홍 원내대표의 두 가지 약속 진정성을 믿고 본회의에 참석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평화당이 본회의 참석을 결정하면서 의원 사직서 처리를 위한 정족수는 충족됐다. 다만 정 의장은 여야 합의 정신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여야 원내대표들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의원 사직서 처리 문제로 여야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국회 경색 국면은 장기화할 조짐이다. 6·13 지방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데다 5월 말 정 의장의 임기와 함께 20대 전반기 국회가 종료되면서 사실상 ‘빈손국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후반기 국회 원 구성 협상에서 의장단·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여야가 충돌할 경우 국회에 계류된 추경은 물론 각종 법안 처리는 방치된 상태를 맞게 된다.

정 의장은 이날 국회 정상화 불발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4월 세비를 반납했다. 정 의장은 “각 당이 이제부터라도 국회에 쏟아지는 국민의 따가운 질책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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