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사 선거가 초반부터 네거티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남경필 후보의 음성녹취 폭로에 대해 “형님 부부가 어머니에게 한 협박과 상해 과정에서 전화 말다툼이 왜곡·조작됐다”고 해명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천하를 다스리려면 개인의 수양과 집안 단속부터 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치권에선 종종 언급이 됐다.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나라를 다스리겠느냐는 얘기다. 국민의 잣대는 엄격했다. 선거에서 ‘검증된 후보’는 복잡한 가정사까지 납득이 돼야 했다. 오는 6월 경기지사 선거를 앞두고 여론의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가 가정사로 때 아닌 곤혹을 치르고 있다. 

◇ 이재명 “형님 패륜에 분노해서” 남경필 “아들 못 가르친 불찰”

시발점은 남경필 후보의 음성파일 공격이었다. 해당 음성파일은 이재명 후보가 형수에게 욕설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서야 음성파일을 듣게 된 남경필 후보는 “상식 이하의 인격을 가진 후보를 선거 파트너로 인정할 수 없다”며 민주당의 후보 교체를 요구했다. 음성파일에 대한 공개 여부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후보자의 부도덕한 행위가 있다면 유권자의 알 권리 차원에서라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후보는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남경필 후보에겐 “가정사를 선거에 악용하지 말라”며 경고했다. 문제의 음성파일은 “형님 부부가 어머니에게 한 협박과 상해 과정에서 전화 말다툼이 왜곡·조작됐다”는 것이다. 그는 고인이 된 셋째 형과 불화를 겪었던 사실을 털어놨다. 성남시장에 당선된 이후 셋째 형이 인사개입 및 이권청탁에 이어 시정관여까지 수차례 시도하면서 사실상 형제의 연을 끊었다. 감정이 폭발한 것은 어머니에 대한 패륜 때문이었다.

실제 이재명 후보의 셋째 형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을 여러 차례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니를 죽이고 싶다’거나 ‘XX구멍을 칼로 쑤셔버리겠다’는 식이다. 폭행도 벌어졌다. 여기에 항의하기 위해 전화를 주고받았던 것이 뒤탈을 낳았다. 그는 “막말은 제가 아니라 형님 부부가 어머니에게 했는데, 수많은 통화를 모두 녹음한 후 이중 극히 일부를 가지고 제가 형수에게 성적 폭언을 한 것으로 조작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재명 후보는 “친인척 비리와 개인적 망신 중 망신을 택했다”고 고백했다. 녹음을 빌미로 위협하는 셋째 형과 재판을 벌여 어머니에 대한 접근금지결정과 음성파일의 유포금지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때 조작돼 만들어진 음성파일은 음성적으로 유포됐다. 선거 때마다 이재명 후보의 약점이자 선거 변수로 등장했다. 그는 “(형님 부부의) 패륜에 분노를 억제하지 못한 부족함을 인정하고 반성한다”고 전했다.

네거티브 양상으로 빠지면서 남경필 후보에 대한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다. 그의 가정사 역시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지율 정체로 다급해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뉴시스>

남경필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해명에 불만을 표시했다. “가슴 아픈 가족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인격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계속된 공세에 이재명 후보는 법적 대응을 예고하기에 이르렀다. “공직선거법 위반 명예훼손의 형사책임은 물론 손해배상 책임을 엄중하게 묻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정책 선거는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공약이 아닌 가정사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양측의 네거티브 공방으로 빠졌다.

문제는 이후다. 남경필 후보의 복잡한 가정사도 도마 위에 올랐다. 네거티브가 가열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 셈. 남경필 후보는 2014년 6월 경기지사로 당선된 이후 아내 이모 씨와 이혼했다. 장남은 군복무 당시 후임병 폭행 및 성추행 혐의에 이어 마약 투약 혐의를 받았다. 모두 유죄로 판명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어불성설로 꼬집었다. 남경필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비판할 자격이 되느냐는 지적이다. 그만큼 남경필 후보가 지지율 정체에 다급해졌다는 방증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앞서 남경필 후보는 장남의 비행에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과했다. “아버지로서 참담한 마음”을 전하며 “아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고 해명했다. 뒤늦게 알려진 이혼 소식에 대해선 ‘정치와 상관없이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 했던 아내를 위해 각자의 길을 걷기로 결정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에 대한 이재명 후보의 언급은 없다. 진흙탕 싸움 대신 정책 선거를 열자는 게 그의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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