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연이 욱일기 논란으로 비난의 중심에 섰다. <뉴시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스티븐 연이 싸늘하게 식어버린 한국 팬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까.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이 ‘욱일기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11일 영화감독 조 린치가 게재한 어린 시절 사진에 ‘좋아요’를 누른 뒤 비난의 중심에 섰다. 해당 사진 속 조 린치는 욱일기가 그려진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

욱일기는 일본이 제2차 대전에서 사용한 전범기로 군국주의와 제국주의를 대표하는 상징물이다. 한국을 포함한 일본 제국주의 피해국에서는 더욱 민감한 사안이다.

논란이 되자 스티븐 연은 자신의 SNS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한글에 서툰 그는 친절하게도(?) 한국어와 영어, 두 가지 버전으로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언어만 다른 것이 아니었다.

스티븐 연은 한글로 된 사과문에서 “내 부주의함으로 인해 상처 입은 분들께 사과드린다”라며 “한국 역사의 참담했던 순간과 관련된 모든 메시지, 이미지를 절대 가볍게 여기지 않고 있다. 인터넷상에서의 실수가 나의 생각과 신념을 단정짓는 기준이 되는 것에 슬픔을 느낀다”고 전했다.

하지만 영문 사과문에서는 다른 의미가 담겨있었다.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페이지 넘기기 한 번, 실수로 좋아요를 누른 것, 생각 없이 스크롤 한 것으로 사람을 판단한다”며 “인터넷 속 세상은 허술하다. 불완전한 플랫폼을 이용해 우리를 표현한다는 점이 슬프다”고 토로했다.

이에 반성보다는 억울함이 느껴지는 ‘변명문’이라는 지적이 나왔고 그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서경덕 교수도 일침을 가했다. 지난 13일 서 교수는 스티븐 연의 사과문에 대해 “아직 제대로 된 반성을 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라며 “자신도 정말 실수였다고, 이번 계기로 욱일기에 대한 뜻을 정확히 알았다고,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영어 사과문을 진심으로 올렸다면 이렇게까지 네티즌들에게 뭇매를 맞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티븐 연은 한국에서 태어나 부모와 함께 5세 때 캐나다로 이민을 간 뒤 미국 국적을 얻었다. 이후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 시리즈에 출연하며 배우로 이름을 알렸고 한국 팬들에게도 많은 인기를 얻었다. 지난해에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오는 17일 이창동 감독의 신작 ‘버닝’ 개봉도 앞두고 있다.

스티븐 연의 국적은 미국이지만 국내 팬들은 그를 우리와 같은 ‘한국사람’으로 인식하고 열렬한 지지와 응원을 보냈다. 그가 출연하는 ‘버닝’을 향한 기대와 관심도 뜨거웠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여준 스티븐 연의 태도는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기기에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앞서 게재한 사과문을 삭제하고 입을 닫고 있던 스티븐 연은 계속되는 비난에 결국 2차 사과문을 공개하며 반성의 뜻을 전했다. 그는 “나의 무지함으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내 실수, 특히 어떤 방식으로든 가볍게 다루어서는 안되는 역사의 상징에 대한 부주의가 얼마나 사람들에게 깊게 영향을 미치는지 배우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사람들과 팬분들의 걱정스러운 메시지로 인해 이 문제에 대한 저의 무지함을 깨닫게 됐고, 제가 처음에 급하게 올린 사과문이 더 많은 아픔과 실망을 드렸음을 알게 됐다”며 “한국계 미국인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한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일이 제게는 중요한 배움의 과정이 됐다”며 “다시는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것을 약속드린다.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스티븐 연은 2차 사과문에서도 영어와 한글, 두 가지 버전으로 작성했다. 이번 사과문에는 스티븐 연의 ‘진심’만이 담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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