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갑질과 도덕적 일탈 등 기업 경영진의 '오너 리스크'가 기업 재무평가에 반영된다. 사진은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갑질에 항의하는 시위 참가자의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앞으로는 ‘갑질’ 등 경영진의 부도덕한 행위로 인해 기업의 재무구조가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14일 ‘2018년 주채무계열 선정 결과’를 발표하며 이와 같이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금융기관의 신용공여액이 1조5,166억원 이상인 계열기업 31곳을 주채무계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출금액이 많은 만큼 주채권은행으로부터 재무구조를 평가받고 신용위험을 관리할 의무를 진다. 작년과 비교하면 현재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는 성동조선 등 5개 계열기업이 제외됐으며, 삼성‧현대차‧SK‧LG는 작년과 동일하게 1~4위를 지켰다.

다만 선정 결과 자체보다는 금융감독원이 이들 계열사를 대상으로 발표한 재무구조평가제도 개선안이 더 주목을 끌었다. 금융감독원은 경영진의 사회적 물의, 또는 시장질서 문란행위가 신용위험과 기업활동 위축 등에 미치는 영향을 충실히 반영하기 위해 정성평가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이미 기업의 지배구조를 위험하게 만드는 행위에 대한 정성평가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그 범위는 ‘경영권 분쟁소지’에 한정돼있었다. 이번 개편안에서는 횡령‧배임 등의 위법행위와 도덕적 일탈행위도 기업가치 및 평판을 떨어트릴 수 있는 요인으로서 평가 기준에 포함됐다. 금융감독원은 ‘도덕적 일탈행위’의 범위를 특정하진 않았지만, 그간 꾸준히 불거져왔던 계열사‧하청업체에 대한 갑질과 재벌 2세의 권한남용,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을만한 경영진의 행동 등이 광범위하게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감 몰아주기나 분식회계 등의 시장질서의 혼란을 야기하는 행위들도 감점 대상으로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관련법의 적용을 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이 더 중요시될 전망이다.

단 2점에 불과했던 최대 감점 적용범위도 4점으로 늘어났다. 평가제도상 부채비율 200% 미만인 기업의 경우 기준점수 40점을 적용받기 때문에 기준점의 10%까지 감점을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금융감독원은 향후 일정에 대해 “은행권의 실무 논의 등을 거쳐 5월 중에 ‘주채무계열 재무구조개선 운영준칙’ 개정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새 평가제도는 당장 올해 평가부터 반영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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