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증시 퇴출 결정을 받은 보루네오 가구가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루네오 가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지난해 29년 만에 유가증권시장에서 퇴출된 보루네오 가구가 몰락의 길을 걷는 모양새다. 급변한 가구 시장의 흐름을 따라 잡지 못한 가운데서 맞닥들인 두 차례 금융위기, 여기에 내부적으로 발생한 경영권 분쟁까지. 우여곡절을 거듭하다 상장폐지 된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한때 400명에 육박하던 직원 수도 어느새 한 자리수로 줄어드는 등 옛 가구 명가의 흔적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 상폐 후 1년… 직원수 ‘9명’ 뿐인 토종 가구 브랜드

토종 가구 브랜드 보루네오의 경영 정상화가 요원해 보인다.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0% 감소했다. 코스피 상장기업으로서 명맥을 이어가던 지난해 1분기 87억원에 이르던 매출 규모는 1년 사이 9억으로 쪼그라들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에서는 각각 16억원과 17억의 손실이 발생해 흑자 전환에 실패했다.

무엇보다 염려스러운 건 실적 하락을 동반한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결손금이 자본금보다 많은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결손금이 1,200억원에 이르면서 이 회사의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 6억원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 그 결과 부채비율 산출이 무의미한 지경에 이르게 됐다.

이 같은 회계상 수치를 보지 않더라도 보루네오의 현주소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대목이 있다. 바로 임직원들의 현황이다. 지난 14일 공시한 보루네오의 2018년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직원 수는 9명 뿐. 증시 퇴출 후에도 과거 모집실적과 매출 규모로 인해 분기보고서를 계속 제출하는 기업이라고는 쉽게 믿기 힘든 규모다.

이와 관련 보루네오 관계자는 “예전에 존재했으나 없어진 부서가 많다. 현재는 핵심 부서당 1명씩 정도만 회사에 남아 전체 직원은 9명인 게 맞다”며 “아직 회사의 회생 방안 등 구체적인 전략을 전해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 ‘실종’된 책임경영… 멀어지는 경영정상화의 길

하루빨리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선 최대주주 및 경영진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지만, 보루네오의 최대주주인 ‘토탈메이트’는 그 실체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2012년 6월부터 상폐 결정이 내려진 지난해 7월까지 5년의 기간 동안 13번의 최대주주 교체가 이뤄진 끝에 보루네오는 토탈메이트라는 곳에 안겼는데, 이 회사에 관한 정보가 전무하다시피 하다.

한 경제지를 통해 대주주가 “M&A 전문가로 알려진 김용태 전 케이투유통 회장”이라는 정도만 소개돼 있다. 그 흔한 전화번호 하나 얻기 쉽지 않다. 다만 회사 주소지로 나온 인천시 남동구의 모 빌딩이 보루네오 인천직판장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한가닥 연결고리인데, 직판장 직원은 “(토탈메이트에 관해) 전혀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1966년 설립된 보루네오 가구는 1970~8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한 끝에 1988년 유가증권시장의 문턱을 넘는 데 성공했다. 이후 1998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경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실적 악화와 함께 자본 잠식과 탈출이 반복되면서 불안한 행보를 이어갔다.

경영진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보루네오의 앞날은 더욱 어두워졌다.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경영권 분쟁은 상장 기업으로 존속하려는 보루네오의 의지를 꺾었다. 결국 전 경영진들의 횡령‧배임 사건이 터지면서 지난해 6월 20일 유가증권시장으로부터 최종 퇴출 명령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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