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남북고위급회담이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북측의 무기한 연기통보로 취소됐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북한이 16일 예정됐던 남북고위급회담을 돌연 무기한 연기했다. 이날부터 진행되는 한미공군의 맥스썬더 훈련이 표면적인 이유다. 정부와 청와대는 유관부처 논의를 거쳐 북한 동향과 진의 파악에 나섰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새벽에 상황이 발생했고, 국가안보실 관계자들이 통일·외교·국방 등 유관부처 관계자들과 전화통화를 하며 긴밀히 논의를 했다”며 “북한의 동향과 보내온 전통문의 정확한 뜻이 무엇인지 파악하는데 주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측은 이날 0시 30분경 리선권 단장 명의의 통지문에서 우리 측 맥스썬더 훈련을 이유로 남북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알려왔다.

이후 새벽 3시경 조선중앙통신의 관련 보도가 나왔다. 조선중앙통신은 “11일부터 남조선당국은 미국과 함께 남조선전역에서 우리에 대한 공중선제타격과 제공권장악을 목적으로 대규모의 맥스썬더 훈련을 벌려놓고 있다”며 “이는 우리에 대한 ‘최고의 압박과 제재’를 계속 가하려는 미국과 남조선의 변함없는 입장의 반영이라고 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번 훈련은 판문점선언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며 좋게 발전하는 조선반도정세흐름에 역행하는 고의적인 군사적 도발”이라며 “지금까지 우리가 보여준 평화애호적인 모든 노력과 선의에 무례무도한 도발로 대답해나섰으며 선언이행을 바라는 온 겨레와 국제사회에 커다란 우려와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미국도 남조선당국과 함께 벌이고 있는 도발적인 군사적 소동국면을 놓고 일정에 오른 조미수뇌상봉의 운명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미국과 남조선당국의 차후태도를 예리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북측의 태도변화를 놓고 청와대 안팎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북측이 그간 한미공군의 연합훈련에 예민하게 반응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훈련이 지난 11일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더구나 북측이 남북고위급회담을 16일 개최 수정제안 통지문을 15일 보내온 터였다. 따라서 ‘대북제재 돌파구 마련’ ‘외교적 밀고당기기’ ‘북한 내부 불화설’ 등 북측의 의도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다만 북한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비핵화 협상이나 항구적 평화체제 판 자체를 깨려는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이번 일의 책임을 미국과 문재인 대통령이 아닌 ‘남조선 당국’으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무엇보다 23일 예정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및 외국기자단 초청 일정도 현재 유지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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