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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독전] ‘어벤져스’ 두렵지 않을 ‘독한’ 웰메이드 범죄극
2018. 05. 16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 영화 ‘독전’(감독 이해영)이 베일을 벗었다. < NEW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 영화 ‘독전’(감독 이해영)이 베일을 벗었다. ‘천하장사 마돈나’,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온 이해영 감독과 ‘친절한 금자씨’, ‘박쥐’, ‘아가씨’ 각본을 맡았던 정서경 작가가 협업해 탄탄한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여기에 조진웅, 류준열, 김성령, 박해준, 차승원 그리고 고(故) 김주혁까지 연기파 배우들의 폭발적인 시너지가 더해졌다. 할리우드 영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극장가에서 ‘독전’은 ‘독하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지극히 ‘주관적’ 주의)

◇ 시놉시스

아시아 최대 마약 조직. 실체 없는 적을 추적하라!

의문의 폭발 사고 후, 오랫동안 마약 조직을 추적해온 형사 원호(조진웅 분)의 앞에 조직의 후견인 오연옥(김성령 분)과 버림받은 조직원 락(류준열 분)이 나타난다. 그들의 도움으로 아시아 마약 시장의 거물 진하림(김주혁 분)과 조직의 숨겨진 인물 브라이언(차승원 분)을 만나게 되면서 그 실체에 대한 결정적 단서를 잡게 되는데…

▲ 감각적 연출과 탄탄한 스토리, 배우들의 열연 ‘UP’

‘독전’은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 조직의 실체를 두고 펼쳐지는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 범죄극이다. 마약 조직과 그를 쫓는 형사 등 진부한 소재에도 ‘독전’은 충분히 새로운 느낌을 준다. 쉴 틈 없이 전개되는 탄탄한 스토리와 강렬하고 독한 캐릭터들의 경합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기 때문이다.

123분간의 러닝타임 동안 ‘독전’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실제로 진행한 건물 폭파 장면을 시작으로 리얼한 총격신과 인상적인 액션신 등이 펼쳐지며 긴박한 전개로 몰입도를 높인다.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도 논리들이 어긋나지 않고 균형을 이룬다는 점은  ‘독전’이 완성도 높은 작품임을 증명한다.

감각적인 미장센을 자랑하는 영화 ‘독전’ 스틸컷 < NEW 제공>

세련된 미장센도 돋보인다. 광활한 염전에서부터 노르웨이의 끝없는 설원까지 압도적인 스케일과 풍광을 담아내 시선을 빼앗는다. 여기에 용산역, 경찰서, 지하 주차장 등 일상과 밀접한 공간을 활용한 로케이션도 감각적인 화면 구성을 만들어 내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원호를 중심으로 하나둘씩 점차 정체를 드러내는 다채로운 캐릭터들도 ‘독전’을 이끌어가는 힘이다. 실체 없는 조직과 우두머리 이 선생을 잡기 위해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원호, 속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인물 락, 조직의 실체에 대한 정보를 흘리는 마약조직의 후견인 오연옥, 강한 자 앞에서 약하고 약한 자 앞에서 강한 선창(박해준 분), 조직의 숨겨진 인물 브라이언, 광기의 카리스마를 풍기는 마약 시장의 거물 진하림까지 누구 하나 존재감 없는 인물이 없다.

‘독전’ 속 인물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일이 진행돼 가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영화가 어느새 끝자락에 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악랄한 악역 연기를 선보인 고(故) 김주혁 ‘독전’ 스틸 컷. < NEW 제공>

강렬하면서도 독특한 캐릭터들은 배우들의 열연으로 완성됐다. 먼저 조진웅은 섬세하고 탄탄한 연기력으로 극을 이끌어간다. 특히 환각 상태에 빠진 연기는 감탄을 자아낸다. 류준열의 활약도 눈길을 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락으로 분한 그는 조용하지만 독보적 존재감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김성령과 박해준, 차승원도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리고 악랄한 악역으로 완전히 분해 ‘인생 연기’를 펼친 고(故) 김주혁의 새로운 얼굴을 만나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독전’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 자극적 설정과 불친절한 인물들의 전사 ‘DOWN’

“자극을 위한 자극적 설정들은 지양하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정도로 밸런스를 맞춘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다.” (이해영 감독)

마약, 폭력, 범죄 등을 다룬 영화 ‘독전’에는 자극적인 설정과 장면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이 선생은 악마야”라던 오연옥의 말처럼 실체를 알 수 없는 이 선생은 물론이고 영화 속 독한 캐릭터들은 인간이라 하기엔 악마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이들은 영화가 후반부로 달려갈수록 더 폭력적이고 잔인해진다. 범죄극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자극적인 설정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은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인물들의 서사도 부족하다. 원호가 왜 그토록 이 선생을 잡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전사가 철저히 배제돼 그의 집착에 의문이 남기도 한다. 락도 마찬가지. 쉴 새 없이 몰아치던 전개가 후반부에서 다소 힘이 빠져 허무한 느낌도 준다. 결말에 대한 호불호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독전’에서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인 조진웅(위)와 류준열 스틸 컷< NEW 제공>

◇ 총평

인물들의 부족한 서사와 등급에 맞지 않는 잔인하고 자극적인 설정들은 아쉬움을 남긴다. 결말에 대한 의견도 분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감각적인 미장센과 강렬한 액션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각기 다른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캐릭터들의 경합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배우들이 뿜어내는 강렬한 시너지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힘이다. 독보적인 스타일로 완성된 범죄극 ‘독전’. 이해영 감독에게 영화 인생 제2막을 열어준 듯하다. 오는 2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