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민주노총 비판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와 정부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16일 오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0일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강행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이날 오전 총궐기 등을 반대하는 규탄대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의협은 ‘문재인케어’를 반대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하지만 최근 의협의 행동을 지적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최 회장이 정치적 성향을 이유로 정부와 과도하게 날을 세운다는 것. 의협 내부에서도 회장 선거 직후부터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 20일 총궐기 앞두고 의협-시민단체 대립각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대책인 문재인 케어 저지를 위한 의협의 궐기대회를 앞두고 시민사회가 한 목소리로 규탄했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전국의료산업노조 등으로 구성된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무상의료운동본부)’는 1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의 본질을 왜곡하는 선동행위를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문재인 케어는 미용·성형 등을 제외한 3,800여개 비급여 항목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급여화해 개인의 의료비 부담을 줄인다는 대책이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비급여 시장의 팽창은 더 이상 간과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문재인케어는 공적보험과 무관하게 통용됐던 의료서비스의 무분별한 시장거래를 제어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적 자산인 건강보험 운영원리를 망각한 채 특정 직능만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혈안이 된 의협의 집단행동을 규탄한다”면서 “정부는 국민의 입장에서 개혁 과제를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최대집 의협 회장은 “헌법과 법률에 따른 행사를 방해하지 말라”며 이날 오후 ‘민주노총 5개 단체 비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맞대응했다. 최 회장은 “전국 13만명의 의사들이 합법적 자유인 집회와 결사,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데 ‘하라, 말라’ 할 수 있느냐”면서 “이같은 자유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의협의 자유 역시 소중한 것으로 인정하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초저수가 상황에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급진적으로 진행하면 200병상 미만 의료기관들은 2~3년 안에 절반이 도산할 것”이라며 “93%가 민영의료기관인 상황에서 이들이 도산하면 의료공급 인프라가 붕괴되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지난 11일 43일 만에 재개된 정부와의 대화에서도 문재인 케어를 두고 반대 의견을 명확히 했다. 의협은 비급여 항목의 전면 급여화가 아닌 단계적 급여화, 임의비급여 존치 및 예비급여 폐지 등을 재확인했다. 또 문재인 케어 저지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사망 사건 의료진 구속을 규탄하기 위해 총궐기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날 정성균 의협 대변인은 “총궐기대회를 취소할 수 있는 사유는 정부가 문재인 케어를 취소하는 것 한 가지 밖에 없다”면서 “파괴적인 총궐기대회가 아니라 의사들이 의견을 조율하고 행진하는 축제”라고 답했다.

(왼쪽)2015년 8월10일 오전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최대집 당시 의료혁신투쟁위원회 공동대표가 박원순 시장 아들 박주신 씨의 의학적 검사를 촉구하고 있다. (오론쪽)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죄를 주장하며 석방을 촉구하고 있는 최대집 회장. <뉴시스·최대집 회장 페이스북>

◇ 의협, 연일 논란 휘말리는 이유는?

저수가 논란은 매년 있었지만 특히 올해 들어 의협의 행보를 두고 문제시하는 시선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같은 우려는 지난 3월 제40대 의협 회장 선거에서 당시 최대집 후보가 29.7%를 얻어 회장에 당선되면서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최 회장은 극우 보수단체 ‘자유통일해방군’ 상임대표이자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를 맡은 바 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죄와 석방을 주장하며 수차례 태극기 보수집회에 참여한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과거엔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 제기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최 회장은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의협 투쟁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4일에는 자유한국당과 손을 잡았다. 문재인 케어 저지에 공동대응 하겠다는 것.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잡기위해 위협의 문을 두드렸다는 분석이다. 여기엔 최 회장의 정치적 성향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열린 자유한국당-대한의사협회 '문재인 케어 허구성 규명 및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 모색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홍준표 대표와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서약서에 서명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최대집 회장은 이날 자유한국당과의 간담회에서 “의료계가 사활을 걸고 있는 문재인 케어 저지에 대해 제1 야당인 한국당과 함께 하기로 했다는 사실 자체가 상당히 고무적”이라며 “새로운 건강보험제도가 구축될 수 있도록 의료전문가 단체로서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표 또한 “문재인 케어 저지를 최우선 공약으로 내건 최대집 회장의 당선과 취임을 축하한다”면서 “문재인 케어의 문제점을 국민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알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해달라”고 화답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남북정상회담 이후 자신의 의견을 밝히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초 남북정상회담 당일 집단휴업을 예고했다가 여론의 반발에 철회했던 최 회장은 ‘판문점 선언’에 대해 ‘대국민 기만 누더기 문서’라고 비난했다.

지난달 30일 최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정은이 핵동결을 한다면서 미사일 시험 발사 중지 등을 주장했지만, 기만적 비핵화쇼에 불과하다”면서 “판문점 선언이라는 쓰레기 더미 속에서 대한민국의 안보와 자유민주주의라는 연꽃을 피워내자”고도 했다. 이를 두고 의료계 내에서도 의사단체의 수장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발언을 하는 행위는 적절치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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