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대북테마주들이 지난 16일 대부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대북테마주’들이 예기치 않은 변수에 일제히 출렁였다. ‘테마주 리스크’의 민낯을 확인하게 해준다.

대표적인 대북테마주로 꼽히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는 3월초까지만 해도 5만원대 수준에서 큰 움직임이 없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전후로 남북관계에 변화가 감지되면서 주가가 소폭 상승하긴 했으나, 큰 폭은 아니었다.

현대엘리베이터 주가가 들썩이기 시작한 것은 3월초 남북정상회담이 발표되면서다. 이후 눈에 띄는 상승세를 이어가기 시작한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10만원을 돌파했다. 이어 북미정상회담 일정도 확정되면서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지난 15일 12만원을 넘어섰다. 불과 두 달 사이, 주가가 2배 이상 뛴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기세는 16일 꺾이고 말았다.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주던 북한이 돌연 남북고위급회담의 무기한 연기를 통보한데 따른 영향이었다.

이날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12만원을 돌파한 전날과 달리 1만2,500원 내려간 10만8,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하락폭은 10.33%에 달했다. 현대엘리베이터 주가가 이 정도 수준의 하락폭을 보인 것은 2016년 2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엔 현대그룹이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방침에 따라 남북경협사업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다른 대북테마주 역시 대부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부산산업의 경우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난달 27일 5만원에 장을 마감했던 주가가 지난 14일 장중 22만원을 돌파했다. 약 보름 새 주가가 4배 이상 뛴 것이다. 하지만 16일엔 주가가 장중 한때 13%까지 떨어졌다.

약 두 달 새 많게는 몇 배씩 뛴 대북테마주의 기세는 올해 초 비트코인 못지않았다. 하지만 뜻밖의 변수에 따른 충격 또한 상당했다. ‘고위험 고수익’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16일 주요 포털사이트 주식 관련 커뮤니티에는 대북테마주 급락에 따른 손해를 호소하는 글이 쏟아졌다.

문제는 대북테마주로서 그 근거나 실체가 불분명한 곳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여러 이유를 들어 대북테마주로 분류되곤 하지만 실제 수혜를 받게 될지 여부가 불확실하거나 먼 미래의 이야기인 경우가 상당수다.

이왁 관련 한 주식시장 전문가는 “실제 사업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기대해볼 수 있는 기업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많다. 설사 수혜를 입는다 해도 그에 따른 적정한 평가를 내리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북하 이슈를 활용한 단기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 주가가 금세 급락할 수도 있는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 역시 꼼꼼한 검토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