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의 단일화 여부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은 지난 9일 박원순 시장과 김 후보, 안 후보가 서울포럼 2018에 참석해 공정선거를 다짐하며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가 야권 단일화의 불을 다시 지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와의 단일화 여부에 대해 "(안 후보의) 정치적 소신이 자유민주주의로 확실히 확립된다면 저는 동지로 생각하고 같이하겠다"고 말하면서 '서울시장 야권후보 단일화' 문제가 재점화됐다.

김 후보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만약 안 후보가 그런 신념을 갖고 우리와 같이할 의지가 있다면 저는 능히 같이할 수 있고 그것이 옳은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야권 단일화는 각종 선거의 단골 메뉴다. 특히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높은 지지율을 이어가고 있고, 여기에 박원순 현직 서울시장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문수-안철수 두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어 야권 단일화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이데일리' 의뢰로 지난 13~14일 이틀간 서울시 성인남녀 8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시장의 지지도는 60.8%로 나타났다. 김 후보는 16%, 안 후보는 13.3%로 조사됐다. 김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을 합해도 박 시장 지지도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것이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4% 포인트, 응답률 3.4%,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만 두 후보는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완주 의사를 밝히며 단일화에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김 후보가 이날 가능성을 내비치긴 했지만 실제로 단일화가 성사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 후보는 "안 후보는 박 시장을 만든 산모다. 유유상종이라면 유유는 박 시장과 안 후보"라며 "자꾸 저와 안 후보를 단일화하라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1등이 크니까 2등과 3등이 합치라는 정치공학적 이합집산은 국민도 원하지도 않고 과거에 다 실패했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후보의) 정확한 발언을 살펴보지 못했다. 살펴보고 말씀드리겠다"면서도 "시민들이 보시고 누가 이길 수 있는 후보인지를 판단하셔서 표를 모아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단일화는 없다"고 자르던 것과는 온도차를 보였지만, 인위적 단일화에 대해 부정적인 뉘앙스를 내비친 셈이다.

◇ 정치공학적 연대의 함정

인위적인 단일화에 대해서는 김문수-안철수 두 후보 모두 반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정치공학적 이합집산은 다 실패했다"고 했으며, 안 후보의 선거전략도 야권대표로서 보수와 중도층 시민의 표를 받겠다는 '표에 의한 단일화'다.

다만 높은 지지도를 이어가는 박 시장을 이기려면 결국 야권 단일화를 통한 일대일 경쟁구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표에 의한 단일화는 지난 대선에서 실패한 전적도 있는데다, 선거구도가 실제로 양자대결로 진행될 경우 비(非)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하면 변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5·9 대선을 한달 앞두고 지지도 상승세를 달리던 안 후보는 당시 1위였던 문재인 대선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앞서는 여론조사들이 나온 바 있다. 다자구도에서는 문 후보에게 밀리지만 양자구도에서는 타지지층을 흡수하면서 확장성을 보였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대선 직전까지도 안철수-유승민-홍준표의 '반문(反문재인) 후보 단일화'가 거론됐던 것도 결국 1위를 이기기 위해서는 나머지가 합쳐야 한다는 당내 주장들이 제기되면서다.

다만 한국당과의 인위적 단일화는 '제1야당 교체'를 내세우고 있는 바른미래당의 선거전략, 국민의당 창당 이후 '독자노선'을 고수해온 안 후보의 소신과도 어긋난다. 민주당과 민주평화당 등으로부터 곧바로 '국정농단세력과의 적폐연대'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지지도가 높은 상황에서 김 후보와의 단일화는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것이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국정농단에 책임 있는 세력인 한국당과 후보 단일화를 하는 순간 민주당에서는 '적폐연대' 프레임을 꺼내 들 것"이라며 "설령 지지도가 다소 오른다고 해도 20%대 박스권 갇히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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